국내선 판매ㆍ복용 금지인데 온라인선 “당일 배송 가능” 판쳐 
 “안정성 입증돼 조속한 도입을… 합법화해야 가짜약 막아” 목소리 
12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한국성폭력상담소에서 열린 헌재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입장문 발표 간담회에서 나영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 공동집행위원장이 입장문을 읽고 있다. 위원장 오른쪽으로 문설희 공동집행위원장, 제이 공동집행위원장, 류민희 낙태죄위헌소송 공동대리인단 변호사, 오정원 산부인과 전문의. 연합뉴스

‘정품 유산유도제(미프진) 팝니다’

14일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미프진을 검색하자 수백 개의 검색결과가 쏟아졌다. ‘먹는 낙태약’ 미프진은 국내에서 판매와 복용 모두 금지되는 불법 의약품이지만 인터넷에서는 판다는 사람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이날도 미프진을 판다는 한 온라인 사이트에 접속해 본인 여부와 임신 주수, 주소 등을 알려주자 바로 “당일 배송도 가능하다”는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해당 판매처는 “우리 사이트에서 파는 제품은 정품”이라고 여러 번 강조했으나, 사실상 이를 제대로 확인해 줄 곳은 없다. 가짜약으로 피해를 보더라도 마땅히 호소할 곳이 없어, 가짜약을 정품으로 속여 파는 사기 사건도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낙태죄에 대한 헌법불합치 결정이 내려지자, 그동안 암암리에 유통돼 온 미프진을 여성 건강을 위해 양성화하고 관리해야 한다는 주장이 적지 않다. 그러나 정부는 관련 법 개정 이후에나 논의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WHO “임신 초기 가장 안전한 낙태 방법” 

프랑스 제약사가 개발한 미프진은 낙태가 합법인 미국 등에서 전문의의 처방에 따라 초기 임신중절에 쓰이는 약이다. 생리통 정도의 통증과 출혈 정도를 동반하고 여타 부작용이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 2005년부터 ‘필수 의약품’으로 지정하면서 60개국 이상에서 판매되고 있으나 국내에서는 불법 의약품 신세다. 그렇지만 수술 대신 약을 먹기만 하면 낙태가 가능하다는 점으로 인해 지금도 온라인 등에서 수입 판매되고 있다. 보건복지부의 ‘인공임신중절 실태 조사’에서도 2017년 낙태 경험자 중 9.8%(74명)가 미프진 등을 통한 약물을 사용한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낙태유도약 적발건수도 2014년 176건에서 2017년 1,144건으로 급격히 늘었다.

헌재에서 낙태가 가능한 기간으로 임신 22주 내외를 제시하면서 비교적 안전한 임신 초기의 낙태 방법으로 알려진 미프진 합법화 요구는 더욱 거세지고 있다. 오정원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소속 산부인과 전문의는 “WHO의 ‘안전한 임신중지 가이드라인’에서 임신 초기의 가장 안전한 낙태 방법으로 권고할 정도로 효과와 안전성이 입증됐다”며 미프진 도입을 촉구했다. 약사단체인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건약)에서도 최근 논평에서 “낙태죄의 헌법불합치 결정이 여성의 안전한 중절권으로 실현되도록 미프진의 조속한 도입이 필요하다”고 거들었다.

일부 의약계에서는 해당 약물을 잘못된 방법으로 복용하거나, 확인되지 않은 가짜약을 사용하는 부작용 때문이라도 합법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지난해 약물사용자의 72%(53명)은 유산이 제대로 되지 않아 다시 병원신세를 졌는데 상당수가 가짜약을 복용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김재연 대한산부인과 법제이사는 “피가 멈추지 않거나 고인 피가 갑작스럽게 쏟아지며 경련이 발생하는 부작용이 보고된 사례도 있어 전문의의 처방과 관리가 꼭 필요하다”고 했다.

 ◇정부는 “법 개정 이후에나 논의” 

그러나 아직까지 국내에서 미프진 도입에 관한 제대로 된 논의는 첫발조차 떼지 못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기부금을 받고 임신중절이 불법인 국가에 미프진을 보내주는 네덜란드 소재 웹사이트 ‘위민온웹’이 법 위반이라며 국내 접속을 차단하기도 했다.

국가기관 차원에서 안전성 검사를 진행한 바도 없다. 식약처는 국내에서 해당 약품을 수입하려는 업자가 요청하거나 혹은 제조사가 의뢰를 해야 안전성 검토에 나선다. 낙태죄 위헌이라는 헌재의 결정이 있었으나 아직 관련 법 개정으로 이어진 게 아닌 만큼 미프진의 도입은 섣부르다는 입장이다. 헌재는 2020년 말까지 법 개정을 하도록 국회에 주문한 상태다. 김상봉 식약처 의약정책품과장은 “법 개정 전까지는 현행법이 유지되는 만큼, 불법 제품의 허가 신청을 심사할 수는 없다”면서 “법 개정 후 해당 의약품의 수입업체 또는 제조업체가 심사를 신청하면 그때야 이야기해 볼 수 있는 사안”이라고 했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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