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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이용한 심전도 측정이 불법… 새 의료기술 도입, 일본보다 4~5년 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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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이용한 심전도 측정이 불법… 새 의료기술 도입, 일본보다 4~5년 뒤져

입력
2019.04.15 19:00
수정
2019.04.15 19:02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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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 프리즘] 오용석 대한부정맥학회 이사장(서울성모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분당 60~100회 정도 심장이 뛰면 정상이다. 정상에서 벗어나 심장 박동이 빨라지거나 느려지는 병이 부정맥(不整脈)이다.

평소 별 문제 되지 않던 부정맥은 어느 순간에는 심실빈맥, 심실세동 같은 치명적인 병을 일으킨다. 이로 인해 뇌졸중 등 합병증이 생기고 목숨까지 잃기도 한다. 물론 생명에 지장이 없는 경우도 많다. 부정맥이 심하지 않으면 약이나 시술로 간단히 완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부정맥의 치료ㆍ대책은 자신이 어떤 부정맥을 앓고 있는지 아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부정맥으로 인해 생기는 문제를 예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주기적으로 심전도검사를 하면 부정맥 진단과 치료에 큰 도움이 된다. 부정맥이 있다면 실시간으로 부정맥을 진단할 수 있는 원격 심전도 측정장비를 갖추는 것이 필수다. 불행히도 우리나라는 이런 대책이 전무하다.

따라서 40대 이후 시행되는 생애 전환 건강검진과 일반검진에 심전도검사가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 심전도검사로 가장 쉽고 간단하게 부정맥을 진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심전도검사를 하면 가장 중요한 뇌경색 원인인 심방세동(心房細動)을 조기 진단해 이를 70% 정도 줄일 수 있다.

또한, 심전도검사는 심장 돌연사를 일으키는 유전성 돌연사증후군 등을 찾아낼 수 있다. 특히 브루가다 심전도, QT 연장증후군, 우심실 이형성 증후군, WPW 심전도나, 비후성심근증 등의 소견이 보이면 심장 전문의와 상담만으로도 돌연사위험군을 찾아낼 수 있다.

그런데 부정맥은 증상이 잘 나타나지 않고 지속기간도 짧아 병원에서 심전도검사를 받을 때에는 증상이 없기도 해 진단이 매우 까다롭다. 이 때문에 3㎝ 정도의 심전도기계를 몸에 삽입해 환자가 리모컨을 누르면 심전도가 기록되는 이식형 심전도(Implantable loop recorderㆍILR)가 나왔다. 또한, 스마트폰 표면에 양손 손가락을 접촉하면 심전도가 측정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센터로 전송되는 원격 심전도 감시장치도 여럿 나왔다. 모니터링센터는 환자의 위험한 부정맥 신호를 받으면 전화로 경고하거나 119로 연락해 생명을 구하게 된다.

문제는 이런 진단법이 국내에서는 불법이라는 점이다. 젊고 심장질환이 없다면 증상이 생겼을 때 후유증을 겪거나 사망하는 경우는 아주 드물다. 하지만 같은 증상이라도 심근경색, 심부전, 비후성 심근증 등 심장질환을 앓거나, 고혈압ㆍ당뇨병 등 기저(基底)질환이 있다면 큰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스마트폰을 이용한 원격 심전도 감시장치는 기저질환자에는 필수적인 진단법이다. 필자도 의사이지만 현재 논의 중인 원격진료는 찬성하지는 않지만 생명과 직결되는 심전도 원격 감시는 반드시 허용돼야 한다.

덧붙여 우리나라의 부정맥 신 의료기술 보급은 지극히 후진적이다. 부정맥은 심장에서 복잡하게 흐르는 전기 흐름을 판독해 진단ㆍ치료법을 찾아내므로 IT 등 기계ㆍ전자공학 발달과 함께 발달될 수밖에 없는 데도 말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신의료기술 도입은 극히 보수적이다. 세계적으로 신의료 도입에 가장 보수적인 일본보다 4~5년이나 뒤처진 실정이다. 예를 들어 심방세동 냉각절제술은 일본보다 5년 늦은 2018년 11월에야 도입했다. 피하 삽입 자동제세동기, 전깃줄 없는 심박동기, 필요 없는 심박동기나 제세동기의 전깃줄 제거장치 등 수많은 신의료 기술은 아직 불법이다. 이로 인해 우리나라는 아시아태평양부정맥학회에서도 밀려나 먼 발치에서 구경하는 입장이고, 미국ㆍ유럽의 부정맥학회와는 수준 차가 너무나 교류할 생각조차 못하고 있다.

오용석 대한부정맥학회 이사장
오용석 대한부정맥학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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