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천안시 공동육아나눔터 전국 최다 운영
12일 오전 충남 천안시 서북구 백석동 백석한국토지주택공사(LH)공동육아나눔터. 이곳에 모인 1~5세 아이 7명과 엄마 4명은 동화구연이나 책놀이 등으로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마음껏 뛰어 놀 수 있는 공간에 놓여진 각종 장난감은 아이들의 ‘베프(친한 친구)’로 보였다. 비용 부담이 작은 곳에서 아이들과 관련된 유용한 소식들을 주고받는 부모들의 표정도 밝았다. 매주 3~4회씩 세 살배기 아이와 함께 이곳에 온다는 김혜연(37)씨는 “쾌적한 공간에 놀이기구가 많고 또래 아이와 어울릴 수 있어서 공동육아나눔터에 자주 온다”고 말했다. 정연화(36)씨도 “집에서는 층간 소음 때문에 아이들이 자유롭게 뛰게 할 수도 없다”며 “이곳에 오면서부터 독박 육아를 벗어나고 정보 공유까지 가능해 기분이 좋다”고 흐뭇해했다.
천안시는 공동육아나눔터의 진원지다. 천안시는 2008년 서북구 성정동에 전국 최초의 공동육아나눔터를 열었다. 공동육아나눔터가 가장 많은 지역도 천안시다. 현재 전국에서 운영 중인 190여곳의 공동육아나눔터 가운데 11곳이 천안시 소재다. 천안시는 올해 1곳의 공동육아나눔터를 추가, 개설할 예정이다.
공동육아나눔터란 여성들의 가정 독박 육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주변 이웃들이 품앗이 개념에서 시작된 ‘그룹형 돌봄 공동체’다.
우선 미취학 자녀를 둔 부모들이 다른 또래 가족들과 더불어 부담 없이 무료로 어울릴 수 있다는 점에서 만족도가 높다.
이곳에선 장난감과 책을 가지고 놀면서 대여도 가능하다. 아파트처럼 층간 소음 걱정 없이 실내에서 뛰어 놀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다른 가정이 자녀를 맡아 돌봐주는 동안 엄마들은 부담 없이 다른 일까지 볼 수 있다는 건 덤이다.
공동육아나눔터에 대한 천안시의 지원은 전폭적이다. 2005년 정부가 시범사업으로 도입한 이후, 자체 예산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국ㆍ도비를 포함한 예산이 4,000만원에 불과했지만 천안시에선 1억5,000만원을 더 부담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돌봄예산의 확대로 올해 국비는 8,488만원, 도비는 6,046만원으로 늘어나자 천안시에선 2억2,741만원을 추가시켰다.
천안시는 또 공동육아나눔터의 전문화에 힘을 쏟고 있다. 업무 전담 부서인 천안시건강가정지원센터에 전국 최초로 공동육아지원팀을 만들고 백석대에 운영, 지원도 위탁했다. 아이들에게 필요한 보드게임이나 동화연극, 숲체험, 간식놀이, 엄마표 영어 개발 등 20여가지의 프로그램까지 개발했다. 육아에 대한 개인 역량개발 및 경력단절 예방, 다양한 주제의 공동육아 동아리모임도 결성됐다.
공동육아나눔터에선 지역사회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경로당을 활용해 조부모 부모, 자녀 등 3세대가 함께 어울리는 ‘나눔터’가 대표적이다. 이곳에서 노인들은 자신의 손자손녀 돌보듯 옛이야기 들려주기, 명절의 전통문화 교육 등 재능을 기부하고 있다.
육아를 마친 엄마들은 공동육아나눔터 지킴이와 놀이 강사로 기용, 이곳에 처음 나오는 엄마들에게 육아지식 전수 등을 포함한 관련 업무 지침서 작성에 참여한다.
성과는 긍정적이다. 사업 개시 이후 1,801차례의 가족프로그램을 운영, 지금까지 3만1,225명의 어린이가 나눔터를 이용한 성과에 힘입어 지난해엔 대통령 기관표창도 수상했다.
강복옥 천안시 여성가족과 과장은”공동육아나눔터는 저출산 극복과 여성의 독박육아, 경력단절의 해결방안”이라며 “사업장 확대와 다양한 운영프로그램을 개발하겠다”고 강조했다.
천안=이준호 기자 junh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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