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오는 6월 오사카(大阪)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기간에 문재인 대통령과 한일 정상회담 개최를 보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14일 알려졌다.
교도(共同)통신과 산케이(産經)신문은 이날 복수의 일본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이 같이 전했다. 지난해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판결 등으로 한일관계가 최악으로 치고 있는 가운데 문 대통령이 관계 개선을 위한 움직임을 전혀 보이지 않고 있어 한일 정상 간 회담을 통해서도 성과를 기대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외무성 간부는 산케이신문에 “지금 상황에서는 한일 양국이 회담은 하지 않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G20 정상회의 기간 중 미국과 중국, 러시아 등의 정상들과 개별 회담 개최를 조정하고 있다. 특히 아베 총리는 7월 참의원 선거에 앞서 G20 정상회의에서 자신의 ‘외교 성과’를 과시하겠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미국과는 북한 비핵화와 납치문제 해결을 둘러싼 미일 공조 강화, 중국과는 중일관계 개선, 러시아와는 쿠릴 4개 섬(일본명 북방영토) 반환과 러일 평화조약 체결 등이 주요 의제가 될 전망이다. 반면 한국과는 성과를 강조할 만한 호재가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한국과의 정상회담을 개최하지 않을 경우 양국 간 상호 불신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는 전망이 없지 않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 10월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판결이 ‘국제법 위반’ 상태를 초래했다고 주장하고 이를 시정할 것을 한국 측에 요구하고 있다. 이에 양국 정부 간 협의를 요청했으나 한국 정부는 답변을 하지 않고 있으며, 강제징용 피해자들에 의한 일본 기업의 한국 내 자산에 대한 압류 등이 잇따르면서 일본 측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게다가 지난 11일(현지시간) 세계무역기구(WTO) 상소기구가 한국 정부의 후쿠시마(福島)현을 포함한 8개 현의 수산물 수입금지 조치를 둘러싼 분쟁에 있어 한국 측의 손을 들어줬다. 한국과의 무역분쟁을 승소로 이끌어 한국 이외의 국가에 대한 일본 수산물의 수출확대는 물론 위안부ㆍ강제징용 등 한국과 갈등을 빚고 있는 현안들을 국제사회의 룰로 해결하는 선례를 만들고자 했던 일본의 전략에 차질이 발생한 상황이다.
다만 한국 정부가 일본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완화하고 북한 문제 등의 변화가 발생할 경우 한일 정상 간 회담이 열릴 가능성이 있다고 교도통신은 전했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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