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년 역사의 빅데이터 전문 기업
너무 앞서 나가다 실패 경험도
머신러닝 플랫폼 ‘와이즈 프로핏’ 독보적
전문지식 없어도 머신러닝 작업 가능
“내년 코스닥 상장 목표로 경쟁력 강화 중”
판교 삼평동 이노밸리에 위치한 (주)위세아이텍 김종현 대표를 만났다. 그의 사무실로 들어가자 탁자 위에 수북이 쌓인 신문이 눈에 들어왔다. 평소 신문을 많이 읽냐고 묻자 김 대표는 ”어느 것에 치우치지 않는 균형적인 시각을 갖기 위해 창업 초기부터 많은 정보를 접하고 객관적으로 보고자 했다. 고생 끝에 얻은 습관이다”고 말했다.
위세아이텍은 1990년 RDBMS(관계형 데이터베이스 관리시스템) 컨설팅 업체로 출발했다. RDBMS는 DBMS 중 한 가지로, 데이터를 큰 스토리지에 저장해 관리하며 다수의 사용자들이 데이터에 쉽게 접근하고 조작할 수 있게 해주는 도구다. 당시만 해도 RDBMS라는 용어가 생소할 정도로 관련 시장은 초기 상태였다.
어떻게 초기 시장에 진입할 수 있었냐는 물음에 김 대표는 “데이터 접근을 쉽게 해주는 도구가 필요할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의 예상대로 1993년 이후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김대표는 “현재 DBMS의 활용이 일반화되면서 별도의 영업이 필요 없을 만큼 일감이 넘쳐 쉽게 성장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위세아이텍이 탄탄대로만을 걸어온 것은 아니다.
위세아이텍은 1999년 12월 ‘CRM(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 개인화 솔루션’의 일종인 개인화 추천 프로그램 개발을 위해 KTB투자증권과 IT벤처로부터 12억원을 투자 받았다.
김 대표는 “개인화 추천 프로그램이란 사용자의 습관 데이터에 대응하는 콘텐츠를 추천 하는 프로그램으로, 현재 유튜브와 넷플릭스 등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만큼 업계를 앞서 내다보고 개발에 착수 했다”고 말했다.
2001년 개인화 솔루션 개발에 성공해 납품까지 마쳤지만 시장 반응은 부정적이었다. 시장을 너무 앞서 나갔고, 소프트웨어가 오작동을 일으키는 등 품질이 떨어진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었기 때문이다. 김대표는 이에 대해 “거의 실패한 셈이다. 당시 영업에만 치우쳐 충분한 커뮤니케이션 체크, 성능 검증, 시장의 반응 등을 신경 쓰지 못했다”고 말했다. 또 “당시 시장에서 시간 기준 경쟁(Time-based Competition)이 치열해 빨리 개발하는 것에만 집중했다”면서 균형 잡힌 시각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렇다고 해서 실패의 경험이 그저 실패로 머무르지 않았다. 2000년대 초반 머신러닝이 화두에 오르며 개인화 추천 시스템이 각광받은 것이다. 김대표는 “그들이 쓰는 알고리즘을 보니까 전에 내가 썼던 알고리즘과 유사했다. 그래서 데이터 관리 및 머신러닝 분야로 재빨리 전환 할 수 있었다”면서 실패의 경험을 토대로 시장 변화에 맞춰 재빨리 업종 전환이 가능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현재 위세아이텍은 29년간 쌓아온 빅데이터 전문기관으로서 기술력을 갖춰 머싱러닝, 빅데이터 분석, 데이터 품질, 세 분야를 중심으로 성장 중에 있다.
위세아이텍의 주력상품인 ‘와이즈 프로핏(Wise Prophet)’은 머신러닝 프로젝트 과정을 피처엔지니어링(Feature Engineering) 기반으로 자동화한 플랫폼으로 다양한 머신러닝 알고리즘을 이용해 사용자 목적에 맞는 최적의 모델을 선정한다.
와이즈 프로핏을 사용하면 전문적인 지식 없이 누구나 머신러닝 작업이 가능하다. 일반적인 머신러닝 개발 과정에는 데이터 사이언티스트가 참여해 데이터를 수집, 가공 후 코딩을 거쳐 프로그램을 만드는 등 복잡한 과정과 비용이 수반된다.
머신러닝은 데이터를 분류하거나 값을 예측하는 소프트웨어다. 예를 들어 고양이 사진을 맞추는 인공지능을 만들기 위해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는 ‘다리가 네 개다’, ‘귀가 뾰족하다’, ‘꼬리가 있다’, ‘눈이 매섭다’ 등 고양이를 구별할 수 있는 특징을 꼽는다. 그리고 관련 알고리즘을 제작해 인공지능에게 부여한 후 엄청난 양의 고양이 사진을 제공해 학습시켜야 한다. 하지만 와이즈 프로핏은 전문가가 참여하는 과정을 모두 자동화 시킨다. 이런 이유로 환경부, 국방부, 한국철도공사 등 다수의 고객사가 와이즈 프로핏을 사용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예측정비, 부당청구 탐지, 개인화 추천 등의 기능을 지원한다.
특히 와이즈 프로핏이 제공하는 예측정비 기능은 장비 관련 데이터에 기반, 수리 부속과 정비 수요를 예측해 유통 분야에서 인기다.
김대표는 “승용차를 운용할 때 일반인들은 7,000㎞ 운행 후 엔진오일을 교체하는 것처럼 각 부품들의 통계적인 수명에 따라 부품을 교체하고 수리하는데 이는 운전자의 운행 습관 혹은 지역 등이 고려되지 않는다”면서 “하지만 머신러닝 프로그램을 통한 예측정비는 다양한 데이터를 통해 정확한 시기를 알 수 있어 비용 절감 효과가 대단하다”고 말했다.
와이즈 프로핏은 비지도(clustering)학습도 지원한다. 지도학습의 경우 ‘이 데이터는 고양이의 사진’이라고 정답을 알려주고 데이터를 학습시킨다. 반면, 비지도 학습의 경우 정답을 알려주지 않기 때문에 인공지능이 알아서 학습한다. 데이터를 인간이 분류하기 어려운 경우에 사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고양이의 특징을 규정하기 어려운 경우, 인공지능이 데이터 간의 유사성을 이용해 인간의 개입 없이 분류한다. 다양한 형태의 데이터에 접근이 용이하고 데이터간의 상관관계를 쉽게 파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김대표는 “해외 시장의 제품들과 달리 와이즈 프로핏은 비지도학습을 지원해 데이터 전처리 과정을 강화했다”면서 와이즈 프로핏의 경쟁력을 강조했다.
위세아이텍은 와이즈 프로핏 이외에도 데이터를 다양한 관점으로 분석해 핵심 지표를 대시보드의 형태로 제공하는 ‘와이즈인텔리전스(WiseIntelligence)’, 빅데이터의 품질을 향상시키는 ‘와이즈 디큐(WiseDQ)’, 데이터를 일관성 있게 관리하며 데이터에 대한 이해도와 업무생산성을 향상시키는 ‘와이즈메타(WiseMeta)’ 등 다양하고 강력한 제품을 보유하고 있다.
2020년 창립 30주년을 앞두고 있는 위세아이텍은 코스닥 상장을 목표로 행진 중에 있다. 김대표는 “와이즈 프로핏의 기능을 강화하고 기존 제품군의 패키징을 통해 새로운 제품 전략을 구사해 시장 경쟁력을 향상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김종현 대표와의 일문일답.
“외국처럼 데이터 이용 좀 더 자유로워야”
“시행착오를 통해 더욱 성장할 수 있어야”
-한국에서 데이터 관련 사업은 어떤가?
“미국이나 유럽과 비교해 봤을 때 하드웨어적인 인프라는 뒤지지 않는다. 그러나 문화가 많이 다르다. 외국의 경우 데이터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미국의 택시업계에선 택시 관련 빅데이터를 택시기사들이 알아서 제공한다. 한국도 현재는 정부 차원에서 공공데이터 개방에 노력한다. 또 규제도 너무 크다. 개인정보 보호법이 과하다.”
-머신러닝 관련 스타트업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앞서 말했듯이 균형적인 시각을 가질 필요가 있다. 제품개발도 중요하지만 더불어 마케팅, 세일즈, 자본도 중요하다. 또 최대한 빨리 시행착오를 겪을 필요가 있다. 늦게 겪으면 너무 힘들다. 시행착오를 통해서 더욱 발전할 수 있다. 카카오 메신저가 초기에는 메신저의 기능만을 수행했지만 현재는 수많은 기능을 수행하지 않나. 시행착오를 통해 성장한 것이라 본다.”
권경연(단국대) 인턴기자 pangy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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