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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도범 잡은 고교 축구선수, ‘우리동네 시민경찰 1호’ 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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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도범 잡은 고교 축구선수, ‘우리동네 시민경찰 1호’ 선정

입력
2019.04.14 10:10
수정
2019.04.14 19:01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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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금속 절도범을 쫓아가 붙잡은 서울 성지고 우의기 군이 12일 우리동네 시민경찰 1호로 선정, 허경렬 경기남부경찰청장으로부터 표창장을 받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경기남부경찰청 제공
귀금속 절도범을 쫓아가 붙잡은 서울 성지고 우의기 군이 12일 우리동네 시민경찰 1호로 선정, 허경렬 경기남부경찰청장으로부터 표창장을 받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경기남부경찰청 제공

지난달 31일 오후 경기 광명시의 한 귀금속 판매점.

귀금속을 사는 척 하던 A(19)씨가 230만원 상당의 순금팔찌(41.25g)을 보여 달라고 한 뒤 주인이 꺼내주자 이를 들고 달아났다.

귀금속 사장은 “도둑이야”라고 소리치며 쫓아갔지만 역부족이었다.

그때 어디선 가 한 청년이 나타나더니 “(범인이 간 방향이) 어느 쪽이에요? 가방 좀 들고 계세요”라는 말과 함께 저 멀리 도주하고 있던 범인 쪽으로 뛰기 시작했다.

청년은 얼마 되지 않아 범인 A씨를 붙잡았고, 출동한 경찰에 인계했다.

귀금속 사장은 청년에게 “못 잡을 줄 알았는데 너무나 고맙다”며 연신 인사를 했다고 한다.

절도범을 추격해 붙잡아 우리동네 시민경찰 1호로 선정된 우의기 군. 우의기 군 제공
절도범을 추격해 붙잡아 우리동네 시민경찰 1호로 선정된 우의기 군. 우의기 군 제공

어디선가 나타나 쏜살같이 뛰어 범인을 붙잡은 화제의 주인공은 서울 성지고 3학년 우의기(17)군이다.

우군은 당시 머리를 깎으러 미용실에 가기 위해 길 건너편에서 신호대기 중이었다. “도둑이야”라는 소리를 듣고 신호가 바뀌자 무작정 뛰었다는 게 우군의 설명이다.

우군은 본지 기자와의 통화에서 “범인을 잡아야겠다는 생각밖에 안 들어 무작정 뛰어가 목덜미를 붙잡았다”며 “이어 헤드락을 걸었는데 범인이 반항하지 않아 쉽게 제압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범인이 흉기를 소지했을 수 있었을 텐데 무섭지 않았느냐는 물음에 “그런 생각을 전혀 못했다”며 “무조건 붙잡아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평소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한다는 우군은 아버지를 닮았다고 한다. 우군의 아버지는 광명시에서 25년간 자율방범대에 가입해 지역사회 범죄예방을 위해 봉사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범인이 반항하지 못한 이유는 우군의 다부진 체격 때문이 아니었을까. 실제 우군은 키 179cm, 몸무게 72kg의 대한축구협회 K3리그 어드밴스 포천시민축구단 중앙수비수 선수다. 경찰도 “평소 운동으로 다져진 탄탄한 체격에 아버지를 닮아 대범하다 보니 범인이 기가 눌리지 않았겠느냐”라고 설명했다.

우군의 장래 희망은 국가대표 선수. 그가 롤 모델로 삼은 선수는 네덜란드 출신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리버풀FC 수비수(DF) 버질 반 다이크(virgil van dijk)다. “반 다이크 선수처럼 훌륭한 수비수가 되는 게 저의 꿈”이라고 말하는 우군. 전화기 너머로 들리는 우 군의 목소리는 앳되면서도 힘이 넘쳤다.

경기남부경찰청은 우군에게 남다른 용기와 기지를 발휘해 절도범을 추격, 검거한 공로를 인정해 지난 12일 오후 표창장과 함께 범인검거 보상금을 수여했다.

또 범죄예방이나 범인검거에 기여한 시민들 중 모범적인 사례에 대해 ‘우리동네 시민경찰’ 명칭을 부여하는 방침에 따라 우군을 ‘우리동네 시민경찰’ 1호로 선정했다.

우군은 “표창과 포상금에 우리동네 시민경찰 1호로 선정돼 기쁘고 자랑스럽다”며 “훌륭한 축구선수가 되겠다”고 말했다.

귀금속 절도범을 쫓아가 붙잡은 서울 성지고 우의기 군이 12일 우리동네 시민경찰 1호가 됐다. 지난해 고교 축구대회에서 동료 선수에게 공을 패스를 하고 있다. 우의기 선수 제공
귀금속 절도범을 쫓아가 붙잡은 서울 성지고 우의기 군이 12일 우리동네 시민경찰 1호가 됐다. 지난해 고교 축구대회에서 동료 선수에게 공을 패스를 하고 있다. 우의기 선수 제공

임명수 기자 s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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