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보이콧, 문형배ㆍ이미선 청문보고서 채택 불발
문재인 대통령이 추천한 문형배ㆍ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이 12일 국회에서 불발됐다. 야당은 적격자인 문 후보자에 대한 보고서를 우선 채택하자고 했지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이미선 후보자와 동시 처리하지 않으면 불참하겠다고 선언, 법제사법위 전체회의가 파행되면서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검찰 고발카드를 꺼내 들며 초강경 대응을 예고했지만, 이 후보자는 이날 논란이 된 주식을 전량 매도하며 배수진을 쳤고, 청와대는 여론 악화에도 불구하고 임명을 강행할 태세다.
여당의원 불참에 따른 정족수 미달로 청문보고서 채택회의가 무산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한국당 소속 여상규 법사위원장은 “대통령이 추천한 헌법재판관 후보자 중 여야가 합의한 적격자의청문보고서를 채택하는 회의를 집권여당이 거부하는 일이 세상 어느 나라에서 있겠느냐”며 “기가 찰 노릇”이라고 지적했다.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주식 다량보유ㆍ거래 의혹을 받는 이 후보자의 청문보고서 채택은 불가하다고 재차 못박았다. 여 위원장은 “이 후보자는 재판관 자격은 고사하고 법관 자격도 없다”고 했고, 김도읍 한국당 법사위 간사는 “이 후보자 부부는 적절치 못한 주식거래를 정치적 진실공방으로 호도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바른미래당 간사인 오신환 의원은 “청와대와 여당은 대한민국의 조국(祖國)을 지켜야지, 왜 조국 민정수석을 지키려 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재산의 80% 이상을 주식으로 보유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에도 여당은 이 후보자의 주식보유와 거래를 부적격 사유로 보기 어렵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민주당 간사인 송기헌 의원은 이날 “청문회 과정을 보면 내부자 거래도 아니었고 주식거래 자체는 전혀 문제가 없다”면서 “국민정서상 안 맞는다는 생각은 할 수 있지만, 재산이 많다고 부적격자가 된 적은 없다”고 강조했다. ‘끝까지 채택이 안 될 경우 어떻게 되느냐’는 질문에는 “국회가 해온 예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며 청와대의 임명강행을 시사했다.
여당은 법관의 주식보유 금지규정이 없다는 입장이지만법조계 시각은 다소 다르다. 법원조직법 제49조에 법관은 ‘금전상의 이익을 목적으로 하는 업무’에 종사할 수 없다고 돼있고, 구체적으론 ‘직무와 관련 있는 기업에 투자하는 일’과 ‘기타 계속적으로 재산상의 이득을 목적으로 하는 업무에 종사하는 일’이라고 규정돼있다. 법조계에서는 명시적 규정은 없다고 해도, 이를 사실상의 주식투자 금지 규정으로 인식한다는 것이다.
이 후보자는 이날 보유주식 6억원어치를 모두 처분한 뒤 배우자 명의의 주식도 조만간 전량 처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남편인 오충진 변호사가 지난 10일 작성한 “이 후보자가 재판관으로 임명될 경우 보유 주식을 모두 조건 없이 처분하겠다”는 서약서도 함께 공개했다. 한국당은 그러나“주식은 팔아도 헌법재판관은 살 수 없다”(김현아 원내대변인)며 총공세를 이어갔다.
야당은 내주 중 이 후보자와 남편을 수사기관에 고발하겠다는 입장이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이 후보자는 청문회장에 앉기 전에 검찰청에 먼저 앉았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검찰 고발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오신환 바른미래당 의원도 “자진사퇴나 지명철회가 없다면 금융위원회에 수사의뢰 진정을 넣겠다”고 밝혀, 한동안 여야 대치상황이 이어질 전망이다.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