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행동 “입양정책 등 검토 필요” 정부에 통합 시스템 마련 요구
“임신 이후 특정 기간에만 임신중지를 가능하게 하는 구시대적 프레임에서 벗어나 여성의 임신중지 결정권이 임신 전 기간에 보장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이 12일 서울 마포구 한국성폭력상담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처럼 주장했다. 11일 낙태죄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이 나오자, 그 이후 입법 과정에 반영되어야 할 여성계의 주장을 정리, 발표했다. 핵심은 헌재의 헌법불합치 결정 자체는 전적으로 환영하지만, 임신중지 가능 기간을 법적으로 한정짓는 것에 대해 반대한다는 것이었다.
헌법불합치 의견을 낸 4명의 헌재 재판관은 임신 22주까지는 여성 판단과 요청을 전적으로 존중해야 한다고 했고, 단순위헌 의견을 낸 3명의 헌재 재판관은 임신 22주 이후에도 임신중지를 일률적으로 모두 금지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고 예외적인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향후 형법 등을 개정해야 할 정부나 국회가 참고할만한 일정한 기준을 제시한 셈이다.
공동행동은 그러나 “헌법불합치나 단순위헌 의견을 낸 재판관 7인 모두 임신중지의 과정에서 가장 우선적으로 보장돼야 할 것을 ‘여성의 건강’으로 명시했다”면서 “입법의 초점은 ‘어떻게 임신중지를 제한할 것이냐’가 아니라 ‘어떻게 여성의 건강을 보장할 것인가’에 맞춰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해외에서 찾아볼 수 있는 상담의무제나 숙려의무제 등도 임신중지 실행 과정을 어렵게 해 궁극적으로는 여성 건강에 악영향을 가져온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의 오정원 산부인과전문의는 “앞으로 예비의료인을 대상으로 임신중지 교육, 대학병원과 공공의료기관의 임신중지 제공, 유산유도약 합법화 등 의료제도적 변화가 뒤따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영 공동행동 공동집행위원장은 “임신 후기일 경우 여성 건강을 고려하면 출산을 한 뒤 입양을 유도하는 편이 나을 수도 있다”며 “의료 환경뿐만 아니라 이를 위한 상담체계, 입양 정책 등 관련 제도들을 전반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공동행동은 정부와 국회를 상대로 △형법상 임신중지 처벌 조항 전면 폐지 △유산유도제 도입 즉각 승인 △체계적 상담 시스템 및 부처를 아우르는 통합적 정책 연계 시스템 마련 등을 요구했다.
정준기 기자 joon@hankookil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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