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정상회담 이후]
文대통령, 김정은과 4차회담 추진… 조만간 대북특사 파견할 듯
11일(현지시간)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조속한 남북 정상회담 추진에 의견을 같이 하면서, 이제 꽉 막힌 한반도 정세를 풀기 위한 공은 다시 남북 간 대화로 넘어오게 됐다. 문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4차 남북 정상회담 시기와 장소를 조율하기 위해 대북 특사를 먼저 파견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상회담을 마치고 12일 밤늦게 귀국한 문 대통령은 조만간 대북 특사 파견을 지시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귀국 후 본격적으로 북한과 접촉해 조기에 남북 정상회담이 열리도록 추진할 것”이라며 “다만 남북 정상회담 장소나 시기 등은 결정된 게 아무것도 없다”고 밝혔다. 우선 특사를 보내 이번 정상회담에서 확인된 미측의 대화 의지를 전달한 뒤 남북 정상회담 시기와 장소를 조율하겠다는 취지로 읽힌다.
4차 남북 정상회담의 시기는 가급적 빨리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당장 시선은 지난해 판문점에서 열린 4ㆍ27 남북 정상회담 1주년 행사에 쏠린다. 1주년이라는 상징성을 감안하면 그 즈음에 판문점에서 ‘원포인트’ 정상회담을 개최하는 게 가장 자연스러워 보인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해 4ㆍ27 1차 남북 정상회담 이후 트럼프 대통령의 ‘북미 정상회담 취소’ 선언으로 북미 대화가 좌절될 기미가 보이자 한 달 만에 판문점에서 5ㆍ26 2차 남북 정상회담을 열어 북미를 대화의 장으로 이끈 경험이 있다. 한 여권 관계자는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남북미 회담 가능성까지 열어놓은 상황”이라며 “3차 북미 정상회담을 목표로 대화의 모멘텀을 이어가는 데 대해 김 위원장의 동의를 얻어낸다면 그것으로도 의미 있는 성과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지난해부터 우리 정부가 추진했던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은 쉽지 않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북미 간 대화가 교착된 상황인 데다, 핵무기 폐기로의 조기 이행을 추구하는 미국의 ‘빅딜’과 북한의 ‘영변 폐기와 일부 제재 해제’ 목소리가 여전히 엇갈리는 상황에서 김 위원장이 무리하게 대외적 행보를 보일 가능성은 크지 않기 때문이다.
남북 정상회담 조율을 위해 파견될 대북 특사로는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가정보원장이 우선 거론된다. 정 실장은 이번 한미 정상회담 과정을 함께 하면서 미측의 입장을 직접 듣고 파악한 당사자다. 서 원장은 북한의 김영철 통일전선부장과의 핫라인을 통해 남북관계가 벽에 부딪힐 때마다 물밑에서 대화의 실마리를 길어 올린 대표적인 지략가다. 일각에서는 국내 최고위 인사를 특사로 보낸다는 의미를 담기 위해 이낙연 국무총리가 평양으로 갈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오지만, 아직은 가능성 차원에 그치고 있다. 청와대는 이날 ‘이 총리를 대북특사로 파견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는 한 일부 언론보도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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