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 3사가 세계 최초 5세대(G) 통신 상용화에 성공했지만 요금제와 커버리지 실효성 논란이 불거지면서 초반부터 도마에 오르내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상용 초창기부터 섣부르게 일반 대중용 서비스로만 접근한 탓에 불거진 부작용이라고 지적한다. 일반 소비자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서비스로서의 5G도 중요하지만 기업간 거래(B2B), 산업 혁신 등에 쓰이는 5G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스마트폰으로 쓰는 이동통신 외에, 5G가 가져올 변화들은 어떤 것이 있을까.
◇테이프 들고 뛰던 제작 현장 바뀐다
비효율성이 높았던 제작현장은 5G로 변화를 맞게 될 대표적 분야다. KT의 경우는 지난 11일 영화와 드라마 제작 현장을 5G로 혁신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대전정보문화산업진흥원과 화력대전, 팀넷코리아와 손잡았다.
우선 5G 네트워크와 클라우드, 10기가 유선 인터넷을 결합한 ‘차세대 영상 데이터 관리 기술’ 개발에 들어간다. 이 기술이 바로 촬영 현장에 적용될 기술이다. 지금까지는 멀리 떨어진 현장에서 촬영한 영상을 하드디스크에 복제한 뒤 다시 또 멀리 떨어진 작업실까지 배송해야 했다. 기술이 개발되면 5G와 10기가 초고속 인터넷, 클라우드 서버를 통해 언제 어디서나 즉시 촬영 영상을 전달할 수 있게 된다.
통신 시차 때문에 몇 초씩 지연이 발생하던 중계 현장에도 5G가 접목된다. SK텔레콤은 ‘리그 오브 레전드’(LoLㆍ롤)로 유명한 라이엇 게임즈로부터 롤 챔피언스 코리아 중계권을 따냈다. 앞으로 초고화질로 롤 대회를 생중계할 뿐만 아니라 경기 리플레이, 가상 팬 미팅 등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과 결합해 전달하는 것도 도전한다.
SK텔레콤 관계자는 “게임에서 5G를 활용한 신규 콘텐츠를 개발하는 시도로, 다채롭게 e스포츠를 즐길 수 있도록 하면 e스포츠가 콘텐츠 산업으로 본격 확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스마트팩토리 전방위 확대
아직은 공장 자동화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스마트팩토리는 5G를 만나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5G의 초고속ㆍ초저지연 특징을 활용하면 제조, 농업 등 각종 산업 현장에서 효율을 극대화하는 게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는 반도체 제조공정에 SK텔레콤 5G 기술 적용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영상, 음원 등을 처리하는 인공지능(AI) 기술 ‘슈퍼노바’를 시범 적용 중이다. 슈퍼노바는 촬영한 영상, 산업용 장비 감지기(센서)가 인지한 이미지를 스스로 분석할 수 있다. 반도체 제조 현장에선 반도체 웨이어 불량을 판정하는 공정에 슈퍼노바가 투입됐다.
KT는 패션 산업 스마트팩토리 구축에 도전했다. 작업환경과 생산성 개선이 목표다. 특히 의류 생산 과정에 AI와 빅데이터 기술을 도입, 트렌드를 신속하게 예측하는 기술을 도입할 계획이다. 이 솔루션이 개발되면, 앞으로 어떤 상품의 주문이 늘어날 것인지 미리 예측해 연계돼 있는 4,000여개 봉제공장으로 전달되게 된다.
LG유플러스는 수십㎞ 떨어진 곳의 트랙터를 원격 조종하거나 경로를 입력해 무인 경작할 수 있는 B2B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현재 LS엠트론에 우선 적용돼 있다. 작업 현장에 직접 가지 않아도 멀리 떨어져 있는 관제 센터에서 마치 실제 트랙터 조종석에 앉아있는 것처럼 지연 없이 조종하는 게 가능하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지금 일반 소비자용으로 쓰이고 있는 5G용 주파수는 3.5㎓이고 내년에는 28㎓ 주파수도 활용하게 된다”며 “훨씬 높은 대역인 28㎓를 본격적으로 활용하면 B2B 시장에서 보다 구체적인 사업모델과 수익성이 갖춰질 것”이라고 밝혔다.
맹하경 기자 hkm0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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