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의 수사단(단장 여환섭 청주지검장)이 2013년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에 대한 청와대 개입 문제를 두고 장고에 빠져들고 있다.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이었던 곽상도 자유한국당 의원, 민정비서관이었던 이중희 변호사에게 직권남용 혐의를 적용할 수 있느냐다. 당시 경찰 수사팀과 곽 의원은 수사 외압을 두고 열띤 장외 공방전을 벌이고 있지만, 인사검증은 민정수석실의 업무이기도 하다.
12일 검찰 등에 따르면 2013년 경찰 수사 외압 의혹과 관련된 당시 경찰, 청와대 관계자들에 대한 압수수색이나 소환 조사가 전혀 진행되지 않고 있다. 수사의 또 다른 축인 김 전 차관의 뇌물수수나 성범죄 혐의에 대해서는 대규모 압수수색이 이뤄지고, 동시에 건설업자 윤중천씨의 친척, 측근 등 주변 인물에 대한 저인망식 소환조사가 이뤄지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일단 수사단은 암중모색 중인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파악하는 게 먼저라는 얘기다. 수사단 관계자는 “뇌물이나 성범죄 의혹과 달리 수사 외압과 관련해서는 경찰이나 검찰에 대한 수사자료도 거의 없는 상태”라며 “사실 관계부터 일단 챙겨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또 하나는 직권남용 혐의 적용 문제다. 민정수석실의 업무를 두고 직권남용을 적용한 전례가 거의 없다. 곽 의원은 이미 민정수석실에서 인사검증 차원에서 관련 업무를 진행했을 뿐이라는 입장을 밝혀왔다.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민정수석실은 인사검증을 하는 권한만 있을 뿐, 경찰 수사에 관여할 직권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버틸 가능성이 크다.
수사단이 기댈 곳은 박근혜 전 대통령 재판에서 청와대의 직권 범위가 상당히 폭넓게 인정됐다는 부분, 그리고 2013년 김 전 차관 낙마 뒤 당시 경찰 수사라인이 대거 물갈이 됐다는 정황이다.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최근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 항소심에서 고위 공무원에 대한 사직 요구 행위가 직권남용죄로 인정됐다”며 “여기에 수사단이 외압에 대한 구체적 정황까지 파악한다면 수사와 재판이 해볼만한 싸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수사단은 인사상 불이익을 당한 것으로 알려진 김기용 전 경찰청장, 김학배 전 경찰청 수사국장, 이세민 수사기획관 등을 이르면 다음주 소환, 직권남용 혐의를 입증할 진술을 캘 예정이다.
정재호 기자 next8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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