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검찰이 영국에서 체포된 고발ㆍ폭로 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Wikileaks)의 설립자인 줄리언 어산지를 컴퓨터해킹을 통한 군사기밀 유출 혐의로 기소했다고 미 법무부가 11일(현지시간) 밝혔다. 미국은 영국에 어산지 송환을 요청했고, 어산지는 이에 맞서 싸우겠다고 반발했다.
미 법무부에 따르면 어산지는 2010년 3월 미 육군 정보분석 요원이었던 첼시 매닝(개명 전 브래들리 매닝)과 공모해 국방부 컴퓨터에 저장된 암호를 해독한 뒤 기밀자료를 빼내는 등 불법행위를 지원한 혐의(컴퓨터 침입 음모)를 받고 있다. 매닝은 어산지의 도움을 받아 국방부 내부 네트워크 시스템에서 기밀정보를 다운로드 받은 뒤 이를 위키리크스로 전송했다. 당시 매닝은 자신의 이름이 아닌 다른 사용자의 이름으로 전산망에 로그인해 다수의 기밀정보를 불법적으로 확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 법무부는 영국 경찰의 어산지 체포와 관련, 미 정부의 기밀정보 컴퓨터에 암호망을 뚫고 침입하는 과정에 연루된 혐의로 그에 대한 송환을 영국 측에 요청했다고 CNN 등이 전했다. 어산지에 대한 기소는 버지니아 동부지구 검찰에 의해 이뤄졌으며, 그의 송환 문제는 법무부 내 국제업무 담당과에서 맡는다. 현재 어산지에게 적용된 혐의가 유죄로 인정될 경우 최고 징역 5년형을 받을 수 있다고 미 법무부는 밝혔다.
어산지에 대한 공소장은 지난해 3월 서명된 상태였다고 CNN은 전했다. 하지만 이 공소장에는 위키리크스가 2016년 미 대선 과정에서 러시아 정보기관이 해킹한 민주당 내부 문서와 힐러리 클린턴 당시 후보의 이메일 내용 등을 폭로한 것과 관련해선 아무 언급이 없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영국 법원은 이날 어산지에 대해 보석 조건 위반으로 유죄를 인정해 구금키로 했으며 미국의 범죄인 송환 요청과 관련해선 다음달 2일 기일을 열어 심리하기로 했다. 또 6월 12일까지 미국 측이 이 사안과 관련한 서류를 제출할 것을 요청했다.
이에 대해 어산지 측 변호인은 “어산지는 미국의 어떤 기소에도 맞서 싸울 계획”이라고 말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앞서 어산지는 매닝이 2010년 이라크에서 정보분석관으로 근무하면서 빼낸 70만건의 이라크전쟁과 아프가니스탄전쟁 관련 보고서, 국무부 외교 기밀문서 등을 건네받아 위키리크스 사이트를 통해 폭로했다. 또 2010년 11월에는 미국 외교전문 25만건을 공개하기 시작하면서 미국 정부의 ‘타깃’이 됐다.
양정대 기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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