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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북한과의 다음 회의 잠재적 논의” 문 대통령 “회담 희망 심어주는 게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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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북한과의 다음 회의 잠재적 논의” 문 대통령 “회담 희망 심어주는 게 중요”

입력
2019.04.12 01:52
수정
2019.04.12 02:23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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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악관서 한미 정상회담 

문재인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간)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열린 한·미 정상 회담에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간)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열린 한·미 정상 회담에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을 갖고 교착상태에 빠진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의 돌파구 찾기에 나섰다.

두 정상은 이날 워싱턴 백악관 오벌오피스(대통령 집무실)에서 열린 정상회담 모두 발언을 통해 상호 신뢰를 확인하고 북미 간 대화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까지 북한과 원하는 목적을 달성하지는 못했지만, 여러 합의를 이뤘다”며 “(북한과의) 다음 회의에 대해서도 잠재적으로 논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북한과 좋은 관계를 가지고 있다. 앞으로 계속 대화하길 바란다”고 언급했다. 그러자 문 대통령은 “중요한 것은 대화의 모멘텀을 유지시켜 나가고, 가까운 시일 내에 3차 북미 정상회담이 열린다는 희망을 심어주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은 미국과 함께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최종적 상태에 대해 완벽하게 단일한 생각을 가지고 있고, 물샐 틈 없는 공조로 비핵화가 끝날 때까지 공조할 것이라는 것을 약속한다”고 화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께서 미국의 여러 군사장비들을 많이 구매할 것”이라며 “전투기나 미사일 외 여러 장비가 있다. 큰 구매에 감사한다”고도 했다.

이후 두 사람은 북한 비핵화 해법을 중심으로 100분가량 대화했다. 우선 김정숙 여사와 멜라니아 여사가 참석하는 친교 형식의 단독 정상회담이 진행됐고, 핵심 각료 일부만 참여하는 소규모 정상회담으로 이어졌다. 이 자리에서 두 정상은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최종 상태(엔드 스테이트) △정상 간의 ‘톱다운(하향)’ 방식 협상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틀 유지라는 원칙에 대한 한미 간 입장을 재확인하는 한편, ‘비핵화 로드맵’과 관련한 큰 틀에서의 논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비핵화 의지를 어떻게 보는지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생각도 공유했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 측에서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강경화 외교부 장관, 조윤제 주미대사가, 미측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해리 해리스 주한 미 대사가 배석했다. 이후 핵심 각료 및 참모들이 배석해 이뤄지는 확대회담을 겸한 업무오찬이 이어졌다.

문 대통령은 비핵화 일괄 타결을 주장하는 미국과 단계적 비핵화를 요구하는 북한 입장을 절충하는 ‘굿 이너프 딜’(충분히 괜찮은 합의)에 대한 우리 정부의 입장도 전달했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영변 등 핵 관련 시설 폐기와 플러스 알파(+α)를 제시할 경우 이에 상응해 미국이 부분적 제재 완화를 설정하는 방안도 언급했을 가능성이 크다.

특히 정상회담을 앞두고 폼페이오 장관이 북한 제재와 관련해 일정 정도 유연성을 발휘할 수 있다는 뜻을 밝히면서, 한미가 어느 정도 일치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하지만 북한의 FFVD(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를 달성할 때까지 핵심 대북 제재를 유지하겠다는 입장 또한 확고해 결과를 예단할 수 없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어떠한 성과를 내느냐에 따라 향후 이어질 문 대통령의 중재 외교의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포괄적 합의, 단계적 이행’이라는 비핵화 로드맵에 대한 지지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힌다면 남북은 물론 북미 대화가 급물살을 탈 수 있다. 당장 4ㆍ27 판문점 선언 1주년이 되는 이달 말 원 포인트 4차 남북 정상회담이 열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상반기 중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어, 경우에 따라서는 남북미 정상 간 대화가 이뤄질 수도 있다.

반면 비핵화 원칙과 한미 간 공조를 재확인하는 수준이었다면 문 대통령의 어깨는 무거워질 수밖에 없다. 북한이 자력갱생을 내세우며 대화 테이블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기조를 공식화하고 있어 북미 간 교착 상태의 장기화가 불가피해지는 탓이다. 새로운 돌파구를 찾을 때까지, 우리 정부로서는 대북 특사 파견 등을 통해 북한이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서 이탈하지 않는 수준에서 상황을 관리하는 것 외에는 마땅한 역할을 찾기 어려울 수 있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표면적으로 성과가 없는 것처럼 보이더라도 트럼프 대통령이 공개되지 않는 새 카드를 문 대통령을 통해 북측에 제시할 수도 있다”며 “한미 정상회담 이후 얼마나 빠른 시간 내에 남북 간 접촉이 이뤄지느냐를 보면, 이번 정상회담의 성과를 가늠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o.com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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