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동시선발엔 “합헌”… 올해 입시 작년처럼 시행
자사고 존폐, 재지정 평가가 갈라… 갈등 지속 전망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외국어고, 국제고 입시는 앞으로 일반고와 같은 시기에 치러지고 여기서 탈락하면 집 근처 일반고에 지원할 수 있게 된다.
고교 입시가 지난해와 같은 방식으로 치러지면서 현재 중3 학생들의 혼란도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반고와 중복지원조차 불가능해질 상황을 우려했던 자사고 측도 한시름 놓은 셈이지만, 여러 학교가 재지정 평가를 앞두고 있어 교육당국과 자사고 간의 갈등은 이어질 전망이다.
헌법재판소는 11일 홍성대 상산학원(상산고) 이사장, 최명재 민족사관학원(민족사관고) 이사장, 학부모 등 9명이 교육부의 초ㆍ중등교육법 시행령이 학교 선택권과 사학 운영의 자유를 침해했다며 낸 헌법소원에서 자사고와 일반고의 동시선발 조항은 ‘합헌’으로, 일반고와의 중복지원 금지조항은 ‘위헌’으로 판단했다.
지금까지는 자사고, 외국어고 등 특목고들이 전기인 8~11월에, 일반고가 후기인 12~2월에 학생을 모집해왔다. 그러나 개정 시행령은 지난해부터 자사고 입시를 일반고처럼 후기로 통합하고 자사고 지원자들의 일반고 동시지원을 불허하기로 했다. 이에 반발한 자사고 측이 지난해 2월 헌법소원을 청구, 동시선발 조항과 중복지원 금지조항에 대해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냈고 헌재가 같은 해 6월 이 중 중복지원 금지조항에 대해서만 가처분신청을 인용하면서 지난해 고입까지는 중복지원이 허용됐다.
헌재는 이날 결정문에서 자사고와 일반고의 동시선발 조항을 두고 “개별 자사고가 추구하는 건학이념 및 그에 따른 교육과정에 적합한 학생들을 선발함에 있어서 핵심적인 요소는 선발 ‘방법’에 있고, 반드시 일반고보다 먼저 신입생을 선발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사학 운영의 자유를 본질적으로 침해하지 않는다”고 적었다.
다만 일반고와의 중복지원을 금지하는 일은 학생들의 고등학교 진학 기회에 있어서의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판단했다. 일반고와의 중복지원을 금지하면, 자사고에 불합격한 학생들은 거주지 학군 일반고 배정에서 원천적으로 배제된다. 헌재는 이렇게 되면 “학생들이 통학이 힘든 먼 거리의 학교에 진학하거나 정원미달 학교의 추가선발에 지원해야 하고, 그조차 곤란한 경우 ‘고교 재수(再修)’를 해야 한다”며 “어린 학생들에게 단지 자사고에 지원했다는 이유만으로 위와 같은 불이익을 주는 것이 과연 적절한 조치인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자사고 재지정 평가가 복병
반면 중복지원 금지조항에 대해 위헌 결정이 나면서, 자사고를 일반고로 전환하겠다는 정부 방침에도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자사고 폐지를 주장하는 측에서는 자사고가 고교 서열화와 중학생 사교육비 상승을 초래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또 다양한 교육을 하라는 본래 설립 취지와 달리 입시 기관으로 전락했다는 비판도 쏟아진다. 교육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의 홍민정 상임변호사는 “헌법재판소의 이번 결정으로 학교 교육 정상화, 고교 서열화 해소, 지나친 고입 경쟁 완화 등 시행령 개정의 정책적 효과가 반감될 것”이라고 평했다. 자사고는 2009~2010년 이명박 정부의 ‘고교다양화 300프로젝트’를 통해 전국적으로 54곳이 생겼다. 고교평준화를 보완한다는 취지로 등장했다가 일부가 일반고로 다시 전환되면서 현재는 42곳이 남아 있다.
자사고도 헌재 결정을 마냥 반길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동시선발과 중복지원 금지가 모두 합헌 결정이 나는 최악의 경우는 면했지만, 5년 주기로 이뤄지는 자사고 재지정 평가가 당장 올해부터 내년까지 이어지기 때문이다. 자사고 측은 정부가 평가지표를 대폭 강화해, 자사고를 ‘합법적으로’ 지정 취소하려고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올해 평가 대상인 전국 자사고들은 평가 결과에 따라 행정소송 등 법적 대응을 예고하고 있다. 헌법소원을 제기했던 전북 전주 상산고 이종훈 교감은 “헌재가 정부의 자사고 폐지 정책에 브레이크를 건 것으로 평가한다”면서도 “현재 재지정 평가 절차가 남아 있어 평가를 잘 받는 것이 자사고 유지에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3 고입에 혼란 없을 듯
헌재의 이번 결정으로 올해 고교 입시가 지난해와 같이 치러지면서, 중3 학생들의 혼란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자사고 선발이 후기로 통합된 지난해 서울 지역 자사고 경쟁률도 2018학년도 1.08에서 2019학년도 1.09로 거의 같았다.
현행 고교 입시는 총 3단계로 이뤄진다. 서울을 예로 들면, 중3 학생이 자사고에 지원했다가 떨어질 경우 서울 전 지역 2개 일반고에 지원 할 수 있는 1단계 배정(정원의 20%)에는 지원할 기회가 없다. 대신 거주지 학군 2개 일반고에 지원하는 2단계 배정(정원의 40%)부터 지원할 수 있다. 만약 여기서도 떨어지면 정원이 남는 곳에 임의 배정(3단계)될 수 있으나 학령 인구가 줄어드는 추세라 이 단계까지 가는 경우는 드물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자사고 지원 후 탈락하면 일반고 지원에서 다소 불이익을 겪는 상황은 지속되겠지만 그리 크지는 않을 것”이라며 “과학고는 여전히 전기고로 학생을 우선 선발할 수 있게 되면서 자연계열 최상위권 학생들의 과학고 쏠림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송옥진 기자 click@hankookilbo.com
조아름 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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