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는 멀고도 먼 나라다. 정서적인 거리감이 강하다. 북한과 가까운 미수교 사회주의 국가라는 점이 크게 작용한다. 미국 등 서방의 필터를 통해 전해지는 이미지가 오해를 부추기기도 한다. 낭만과 가난, 혁명과 고립이라는 어울리지 않는 단어들도 떠오른다. 피델 카스트로, 체 게바라, 어니스트 헤밍웨이, 모히토, 올드카, 사탕수수,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 등 여러 고유명사와 보통명사가 단편적인 정보를 전하는 곳이기도 하다. 요컨대 쿠바는 어느 곳보다 강한 편견이 드리운 나라다.
‘거꾸로 가는 쿠바는 행복하다’는 쿠바의 맨 얼굴을 전하려 한다. 이러저러한 책으로 쿠바에 대한 호기심을 키웠던 저자는 2016년 1년 가까이 자녀와 머물면서 쿠바의 진면목을 보려 했다. 한국과는 정반대라고 해도 무방할 사회 체제 때문에 불편함을 느끼고 “쿠바의 결핍과 부족을 체감하면서” 우리가 가난한 사회주의 국가라며 애써 외면했던 장점들을 하나하나 짚는다. 별도 연수를 통해 얻은 정보도 책에 반영했다.
쿠바는 확실히 가난한 나라다. 그런데 빈국에선 불가능할 것이라 여겨지는 여러 복지제도가 시행되고 있다. 일단 의무 교육제도. 다섯 살이면 학교에 들어가 적어도 초등 6년, 중등 3년 동안 의무 교육을 받아야 한다. 교육비는 제로다. 학용품까지 무료로 제공한다. 대학을 가지 않으면 2년 동안 군복무를 하고, 대학(5년 과정) 졸업자는 자신의 전공과 관련한 기관에서 2년 동안 사회봉사를 해야 한다. 국민총생산(GDP) 중 교육에 12.84%가 들어간다. 세계 186개 국가 중 두 번째로 높은 비율이다. 교육열 강한 한국(4,62%)보다 세 배 가량 높다.
의료도 무료다. 공짜라서 의료 서비스가 후진적이라 할 수 없다. 콘술토리오라는 주민 건강 관리팀이 1,000명 가량을 관리하며 의료 체계의 기본 틀을 형성한다. 콘술토리오는 의사 1명, 간호사 1명 등 5명으로 이뤄져 있다.
가스비와 수도료 등 공공요금은 매우 낮다. 잘 알려졌다시피 쿠바의 경제 환경은 좋지 않다. 1959년 혁명 이후 미국의 적성국으로 오랜 기간 경제제제를 받아 왔다. 나라 살림이 넉넉해서 가능한 복지가 아니다. 저자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자원을 최대한 나누려고 하는 쿠바의 모습을 ‘콩 한 쪽의 행복’과 ‘콩 한 쪽의 기적’에 비유한다.
거꾸로 가는 쿠바는 행복하다
배진희 지음
시대의창 발행ㆍ440쪽ㆍ2만2,000원
저자는 낭만과 긍정의 오류에 빠지지 않는다. 생수를 맥주보다 구하기 힘들고, 섬나라인데도 생선을 찾아보기 힘든 현실을 지적한다. 쓰레기를 담았던 비닐봉지까지 챙겨가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물자 부족에 시달리는 쿠바의 모습도 전한다. 외국인의 주머니를 털어 나라 생계에 보태는 쿠바의 경제 구조를 비판적으로 바라보기도 한다. 저자는 방 하나에 머물며 아침을 제공 받는 조건으로 한 달에 1,000달러를 지불했다. 쿠바 노동자 한 달 월급(25달러)의 40배에 해당하는 돈이었다. “비싼 물가보다 더 견디기 힘들었던 것은 갖은 방법으로 바가지를 씌우고 거짓말하는 쿠바인들과 소득을 제대로 신고하지 않는 집주인이었다. 체 게바라가 이런 나라를 만들겠다고 그 희생을 감수했나, 이런 곳을 보려고 지구반절을 돌아 왔나 하는 생각에 한동안 짜증과 실망을 넘어 분노가 치밀었다.”(132쪽)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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