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꿈은 LG가 ‘고객과 사회로부터 가장 신뢰 받는 기업’이 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선 고객 가치를 현실로 만들어내는 기술과 그러한 기술을 꽃 피울 수 있는 사람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6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LG 테크 콘퍼런스’에 참석한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한 말이다. LG 테크 콘퍼런스는 작고한 구본무 전 회장이 2012년부터 연 행사로, 미국 유학 중인 연구개발(R&D) 석ㆍ박사 인재 유치를 위해 LG그룹이 마련한 자리다. 권영수 LG 부회장과 안승권 LG사이언스파크 사장 등과 함께 행사에 참석한 구 회장은 기업의 미래에 사람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강조한 것이다.
구 회장이 글로벌 스타트업 발굴과 해외 우수 인재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다. 외부기업 투자나 인수합병(M&A) 등으로 외형을 넓히기보다 기술력 증대와 우수 인재 양성 등으로 내실을 튼튼히 다지겠다는 뜻이 담긴 행보라는 게 그룹 안팎의 해석이다.
구 회장은 출장 길에 실리콘밸리에 있는 LG테크놀로지벤처스도 방문했다. LG테크놀로지벤처스는 지난해 LG전자ㆍLG디스플레이ㆍLG화학 등 5개 주요 계열사가 4억 2,500만달러(약 4,840억원) 규모의 펀드를 공동 출자해 설립한 기업벤처캐피탈(CVC)이다. 최근 미국 가상현실(VR) 플랫폼 서비스 스타트업 ‘어메이즈브이알’에 200만 달러(약 23억원)를 투자했다. 어메이즈브이알은 채팅 앱 ‘카카오톡’을 만든 카카오톡 출신들이 미국 현지에서 창업한 스타트업으로 각종 온라인 플랫폼에 300개 이상의 VR 콘텐츠를 제공하면서 주목 받기 시작한 신생기업이다.
구 회장은 이번 출장에서 LG테크놀로지벤처스의 운영 현황과 투자 포트폴리오를 꼼꼼하게 챙기면서, 해외 유망 스타트업 발굴에 대한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고 한다. 구 회장은 지난해 취임 직후 첫 현장 경영 행보로 서울 마곡 LG사이언스파크를 방문해 “기업 내ㆍ외부 아이디어를 유기적으로 결합해 가치를 창출하는 개방형 혁신이 필요하다”며 “우수 기술을 보유한 국내ㆍ외 중소 스타트업 발굴을 강화해달라”고 주문한 바 있다.
LG테크놀로지벤처스는 지난 6개월 동안 미국 스타트업에 1,900만 달러(약 216억원)를 투자할 만큼 왕성한 활동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10월 모빌리티 공유 소프트웨어 스타트업 ‘라이드셀’에 500만 달러(약 57억원)를 투자한 것을 시작으로 차세대 리튬 이온 배터리ㆍ광학 필름 관련 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 ‘옷토닷’, 요리법 제공 및 식재료 배달 서비스 플랫폼 ‘사이드쉐프’, 모바일 분야 벤처투자 회사인 ‘노틸러스 벤처 파트너스’ 등 다양한 분야의 신생 업체들에 과감한 투자를 하고 있다. LG그룹 관계자는 “자율주행과 인공지능(AI), 로봇, 바이오, 차세대 디스플레이 등 유망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를 계속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LG화학 등 주력 계열사도 스타트업 투자에 힘을 보태고 있다. LG화학은 10일 업계 최초로 글로벌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한 공모전 ‘더 배터리 챌린지’ 피치데이를 열고, 리튬메탈 전지 등 차세대 기술 등을 선보인 총 5팀(미국 4팀, 영국 1팀)을 선정, 앞으로 이들과 공동연구를 진행해 최대 200만 달러 지분 투자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남상욱 기자 thot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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