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전업주부 숫자가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 결혼ㆍ출산ㆍ육아 때문에 일을 접었다가 다시 취업전선에 뛰어드는 여성들이 많아진데다, 요양ㆍ돌봄 등 여성 중심의 서비스업 일자리는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제조업 침체 등으로 일자리를 구하지 않고 ‘그냥 쉬는’ 남성은 크게 늘었다.
◇1분기 여성 전업주부 9만명 감소
11일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비(非)경제활동인구(취업자도 실업자도 아닌 사람) 중 육아나 가사 때문에 경제활동(취업 또는 구직)을 하지 않은 전업주부 여성은 1년 전보다 8만8,000명 감소한 708만6,000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1분기 기준으로 2008년(702만명) 이후 11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통계상 이러한 변화가 일어날 가능성은 두 가지다. 전업주부들이 ①구직을 하지 않는 이유를 종전의 ‘육아ㆍ가사’ 대신 ‘그냥 쉬었다’ ‘학원에 다녔다’로 바꿔 답했거나(비경제활동인구 내 이동) ②구직을 시작해 경제활동인구(취업자+실업자)로 넘어간 경우다. 통계청은 ②에 무게를 둔다. 실제 1분기 여성 경제활동인구는 약 1,178만명으로, 1분기 기준 역대 최고치였다.
특히 30대와 50대 여성에서 경제활동 참여 흐름이 뚜렷하다. 노인 일자리 증가의 영향을 받은 60대를 제외한 여성들 가운데 1분기 경제활동참가율(인구 대비 취업ㆍ실업자 비중)이 1년 전보다 상승한 연령대는 30대(62.1→62.8%, +0.7%포인트)와 50대(63.7→65.2%, +1.5%포인트)뿐이다. 두 연령대의 고용률(인구 대비 취업자 비중)도 각각 0.3%포인트, 1.1%포인트 올랐다. 반면 40대의 경제활동참여율은 0.8%포인트(67.2→66.4%) 감소했고 20대(64.6%)는 제자리걸음이었다.
여성 전업주부 감소 배경은 복합적이다. 먼저 시간선택제 일자리, 보육 인프라 확대 등 경력단절여성에 대한 일ㆍ가정 양립정책이 일부 효과를 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또 최근 아이돌보미ㆍ가사도우미ㆍ간병인 등 여성인력 수요가 많은 보건 및 사회복지서비스업 등을 중심으로 일자리가 많이 늘고 있다. 정성미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에 따르면, 작년 1~10월 여성 취업자 증가분(9만4,000명) 중 약 60%(5만6,000명)가 보건 및 사회복지서비스업으로 분류됐다. 정 부연구위원은 “(아이를 어느 정도 키운) 50대 여성들이 소득보전 등의 목적으로 보건 및 사회복지 분야에서 일자리를 얻고 있다”며 “다만 만혼 등으로 육아 부담이 가장 커진 40대 여성의 고용지표는 여전히 부진하다”고 말했다.
◇그냥 쉰 남성 역대 최대
반면 지난 1분기 남성 비경제활동인구는 1년 전보다 8만7,000명 늘어난 588만6,000명이었다. 1분기 기준 가장 높은 수치다. 이들 중 ‘그냥 쉬었음’이라고 답한 남성 또한 167만3,000명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여성(42만9,000명)보다 약 4배 많다.
이는 제조업에서 고용이 부진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제조업 취업자는 1년 전보다 10만8,000명 감소하며 작년 4월 이후 12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통계청 관계자는 “남성 취업자 중 제조업 비중이 확실히 높기 때문에 제조업이 부진하면 비경제활동인구(쉬었음 혹은 구직단념자)나 실업자 규모가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세종=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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