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교육연구원 홍섭근 위원
“사람들은 이제 교사를 믿지 않습니다.”
자기라고 이 뼈아픈 말을 입 밖에 꺼내기가 쉬웠겠냐며 경기도교육연구원 홍섭근(40) 연구위원은 11일 전화기 너머로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지금은 잠시 학교현장을 떠나 교육정책을 연구하고 있지만 그도 10년 이상 초등학교에서 교편을 잡았던 ‘교사’였기 때문이다. 그는 과거에도 ‘공교육은 왜?’, ‘미래교육이 시작되다’ 등 공교육과 교사에 대한 불신감을 표출하는 저서를 출간한 뒤 교직사회에서 ‘같은 편끼리 공격하는 배신자’라는 손가락질을 받았다. 하지만 홍 연구위원은 ‘교사불신’이라는 노골적인 제목의 신간으로 또 한 번 ‘배신자’를 자처했다. “교사가 변해야 교육도 바뀐다”는 단순하지만 또렷한 신념 때문이었다.
2015년에 12년의 교직생활을 끝낸 후 경기도교육청 장학사를 지낸 뒤 연구자가 된 홍 연구위원은 국내에서 교직사회만을 비판∙연구해 온 몇 안 되는 연구자로 꼽힌다. 그가 낸 10여권의 저서는 모두 교직사회의 실태에 대한 고발이 주제다. 물론 그가 처음부터 교직사회에 쓴 소리를 내뱉었던 건 아니다. 그 역시 학교라는 작은 공간에서 그날 그날의 수업에만 몰두했던 ‘우물 안 개구리’였음을 부인하지 않는다.
하지만 교단을 장학사와 교육정책디자인연구소 정책위원장 등을 지내며‘교육계 외부자’가 돼 보니 “어느 새 교사는 나태하고 무능력하며 못미더운 존재가 돼 있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새 저서 ‘교사불신’에서도 학생부종합전형, 학교폭력, 방학특혜 논란 등 여러 교육정책에 스며든 교사불신 현상을 파고든다.
지난해 아버지인 교무부장이 쌍둥이 자매에 시험 답안을 알려주며 사회적 파문을 일으킨 ‘숙명여고 비리’는 교사불신 지수를 비등점으로 끓어 올렸다. 그는 “ ‘스쿨미투’ 사태와 더불어 이제는 범죄까지 저지르는 집단으로 매도됐다”며 “개인의 일탈을 넘어 교사 전체가 불신의 대상이 된 결정적인 사건들”이라고 말했다. 이 사건이 발생하고 나서야 교육당국이 교원인 부모와 자녀가 같은 학교에 다니지 못하도록 하는 고교 상피제를 시행하겠다고 밝힌 점을 지적하며 그는 “성적 관련 비리는 교사 신뢰와 직결되는 문제인 만큼 교사들이 지금까지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문제들을 되짚어봐야 한다”고 꼬집었다.
그는 문재인 정부의 초창기 교육정책 자문기구인 국가교육회의 구성 단계에서 교사나 교원단체의 참여가 공식적으로 성사되지 못한 일 역시, 교사에 대한 정부나 국민들의 신뢰가 존재하지 않았다는 걸 의미한다고 했다. 일찌감치 전문성은 교수에, 정책 주도권은 일반행정직에 넘겨줬다는게 그의 얘기다. 홍 연구위원은 “이는 사회 변화에 무관심했던 교사들의 반성적 성찰이 있어야 하는 대목”이라고 설명했다.
더 이상 교사를 믿지 않는 시대, 하지만 여전히 희망은 있다고, 아니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그는 생각한다. ‘아군을 공격하는 내부고발자’란 비판에도 그가 계속해서 교사들의 반성을 촉구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교육계를 지탱하는 평범한 교사들이 내부 문제를 드러내고 목소리를 낼 때 우리 교육도 반드시 바뀝니다.”
조아름 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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