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승 우승 공약 때문에 본의 아니게 고생한 팀원들에게 미안합니다.”
‘핸드볼 코트 위의 사령관’ 정의경(34ㆍ두산)은 11일 한국일보 인터뷰에서 “‘최초의 전승 우승’이라는 기록을 역사의 한 페이지에 남겨서 뿌듯하다. 하지만 팀원들은 그만큼 부담스럽고 힘들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두산은 2018~19 SK핸드볼코리아리그 정규리그에서 팀의 ‘20전 전승 우승’이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웠고, 센터백(CB) 정의경은 시즌 득점 86득점(리그 4위)에 어시스트 58개(3위), 공격포인트 154점(3위)을 기록하며 리그 MVP에 올랐다.
정의경은 개막 미디어데이 당시 “전승 우승을 하겠다”고 호언장담했는데, 이것이 팀원들에게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했다고 한다. 정의경은 “시즌을 앞두고 팀워크가 작년보다 단단해져 자신은 있었다”면서 “목표를 크게 잡자는 취지에서 얘기했는데, 팀원들이 이를 달성하기 위해 너무 고생했다”고 털어놨다. 특히 시즌 중ㆍ후반 리그 우승을 확정 지은 후에도 오직 승리만을 위해 달리다 보니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매우 지쳤다고 한다. 실제로 두산은 3라운드부터 1~2점차 박빙의 승부까지 이어지면서 위기도 맞았다. 정의경은 “당시는 정말 힘들었다. 하지만 모든 팀원이 끈끈한 팀워크로 극복한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직 챔피언결정전(19, 21일)이 남은 만큼, ‘전승 통합우승’이라는 또 하나의 목표를 위해 방심하지 않고 노력 중”이라고 했다.

그는 “내 마음속 MVP는 (박)찬영이 형”이라고 했다. 골키퍼 박찬영(36)은 올 시즌 방어율 1위(39.9%)에 세이브 2위(177개)로 두산의 골문을 든든하게 지켰다. 정의경은 “가뜩이나 부상도 많은데 얼굴에 공을 맞아가며 가장 고생을 많이 했다”면서 “내가 생각하는 리그 MVP”라고 말했다.
정의경은 국가대표팀에서도 ’에이스’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대한민국 남자 핸드볼은 카타르 등 중동 돌풍에 밀려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카타르는 지난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을 기점으로 유럽 출신의 외국인 선수들을 대거 영입, 아시아 최강자로 군림하고 있다. 정의경은 “센터백 박광순(23ㆍ하남시청), 골키퍼 박재용(22ㆍ한체대) 등 기량이 출중한 차세대 젊은 선수들이 속속 발굴되고 있다”면서 “신ㆍ구 선수들이 호흡을 맞추고 경험을 쌓아 하루빨리 아시아 정상을 탈환하겠다”고 다짐했다.
강주형 기자 cubi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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