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숙한 서브 리턴과 지치지 않는 체력
라파엘 나달(33ㆍ2위ㆍ스페인)의 별명은 ‘흙신’이다. 롤랑가로스 프랑스오픈 11회 우승기록이 말해주듯 클레이코트에선 범접할 자가 없다. 프랑스오픈 통산 승률만 97.7%(86승2패)로, 결승 승률만 따지면 100%(11전 전승)에 이른다. 이토록 나달이 클레이에서 강한 비결은 무엇일까.
비밀은 나달의 깊숙한 리턴 방식과 지치지 않는 체력에 있었다. 나달은 클레이에서 과도할 정도로 베이스라인 깊숙한 곳에서 리턴을 하는 데 여기에 두 가지 효과가 있다. 남자프로테니스(ATP)는 나달이 지난 2년간 클레이코트에서 치른 경기 중 20경기(18승 2패)를 무작위로 뽑아 그의 서브 리턴 성공률을 발표했다. ATP는 이 분석을 토대로 나달이 포인트를 획득하는 데 가장 효과적인 플레이를 펼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ATP에 따르면 클레이에서 나달의 퍼스트 서브 리턴 성공률은 84.1%로, 상대 선수들의 성공률 79.4%보다 5% 가량 높았다. 세컨드 서브 리턴률도 90%에 달해 85.2%를 기록한 상대 선수들보다 높은 성공률을 보였다. 베이스라인 깊숙한 곳에서 리턴을 할수록 공의 속도가 줄어든다는 점을 이용해 리턴 성공률을 높인 것이다. 높은 리턴 성공률은 당연히 상대에게 더 적은 서브에이스를 빼앗겼다는 의미라고 ATP는 분석했다.
다른 한 가지 효과는 리턴 후 플레이에서 나타났다. 상대의 퍼스트 서브를 받아 쳤을 때 나달은 절반에 가까운 44.7%의 확률로 포인트를 획득했다. 세컨드 서브에서는 오히려 절반이 넘는 52.4%의 상황에서 나달이 포인트를 따냈다. 상대 선수들이 각각 31.1%에 33.2%의 포인트 확률을 기록했던 것에 비하면 압도적인 수치다.
ATP는 나달은 리턴 후 바로 베이스라인 근처로 뛰어 올라가 랠리를 이어갈 수 있는 체력이 나달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봤다. 보통 선수들은 깊숙한 곳에서 리턴시 매번 베이스라인으로 이동할 체력이 부족하지만 나달은 이를 극복했다는 것이다. 안정적으로 리턴에 성공한 뒤 베이스라인 근처에서 강한 스트로크로 포인트를 획득하는 것이 ‘흙신’의 비법이었다.
남자테니스가 4월 클레이 시즌에 돌입한 가운데 나달은 14일 모나코에서 열리는 ATP 투어 마스터스 몬테카를로 오픈에 출전할 예정이다.
이승엽 기자 sylee@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