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노동당 중앙위 전원회의서 요직 인사]
하노이 협상 담당자 문책 없어… 김영철 부위원장도 자리 유지
김정은, 黨간부 질책 모습 등장… “대규모 인적쇄신 단행” 관측도
북한의 대미 협상 핵심 실무자인 최선희 외무성 부상이 노동당 고위 간부로 승진하고 경제 정책 적용 및 사업 집행을 총괄하던 박봉주 내각 총리가 당 요직을 맡아 자리를 옮겼다. 2월 말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책임을 기존 대미 라인에게 묻지 않고 경제 건설 노선이 현장에서 제대로 관철될 수 있도록 내각 지원을 더 강화하겠다는 취지의 인사로 보인다.
11일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전날 열린 당 전원회의에서 조직 문제가 안건으로 논의됐고 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위원ㆍ후보위원과 중앙위 위원ㆍ후보위원, 부위원장, 부장 등이 대거 교체됐다. 김정은 국무위원장까지 29명인 정치국의 경우 위원 7명, 후보위원 6명 등 13명이 새로 진입했다. 비교적 큰 폭의 물갈이다.
가장 눈에 띄는 건 하노이 협상 담당자들이 다시 신임됐다는 사실이다. 특히 1, 2차 북미 정상회담 준비 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했던 최 부상이 문책될지 모른다는 일부 예상과 달리 후보위원도 거치지 않고 당 규약상 최고 지도기관인 중앙위의 위원으로 직행(직접 보선)했다. 하노이 회담 당시 북한의 대변인 격이던 그는 지난달 최고인민회의 14기 대의원으로도 선출됐다.
미측 협상 총괄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맞상대인 김영철 당 중앙위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도 자리를 지킨 듯하다. 통신은 “부위원장들을 해임 및 선거하였다”며 새 부위원장을 공개했지만 이들 중 김 부위원장을 대체할 만한 인물은 없다는 게 중론이다. 김 부위원장은 전날 열린 당 정치국 확대회의에 참석하기도 했다.
내각을 이끌던 박 총리는 당내 직책인 중앙위 부위원장으로 이동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당 부위원장이 내각 총리를 겸임하지 않는 경향이 있었지만 김정은 위원장 시절에는 약간 변동되는 부분들도 있어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고 했다. 후임으로는 이번에 정치국 위원이 된 김재룡 전 자강도 당 위원장이 거론된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실행 주체인 내각을 최대한 지원하며 당에서 개혁적 경제 정책을 주도해 보라는 신임의 의미가 있다”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이날 열린 최고인민회의에서 대규모 인적 쇄신이 단행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평소와 다른 김 위원장의 회의석상 몸짓에 근거해서다. 10일 조선중앙TV가 공개한 영상에는 9일 당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상기된 얼굴로 인상을 쓴 채 주먹을 쥐거나 팔을 휘저으며 당 간부들을 질책하는 듯한 김 위원장의 모습이 등장한다. 그는 이 자리에서 “형식주의, 보신주의 등 간부들의 부정적 현상들을 뿌리뽑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중앙통신이 같은 날 전하기도 했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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