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상원 외교위 예산 청문회 출석 “때로는 비자문제에 여지” 언급도
‘일괄타결 빅딜론’서 한발 물러서… 실무협상 재개 등 北응답 미지수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10일(현지시간) 북한의 비핵화 때까지 핵심 제재를 이어가겠다고 밝히면서도 약간의 여지를 둘 수 있다고 밝혔다.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제재 유지에 완강한 입장을 보이며 ‘일괄 타결식 빅딜론’을 주장해왔던 데서 한발 물러서 3차 북미 정상회담을 추진하기 위한 포석으로 북한에 대화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풀이된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상원 외교위원회의 2020 회계연도 예산 관련 청문회에 출석해 “북한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에 대한 약속을 입증할 때까지 어떠한 제재도 해제돼선 안 된다는 데 동의하는가”라는 코리 가드너(공화·콜로라도) 상원의원의 질문에 “그 부분에 있어서 약간의 여지(a little space)를 남겨두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때로는 우리가 실질적인 진전을 이룬다면 그것이 (목표를) 달성하기에 올바른 일이 된다고 여겨지는 특수한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실질적 진전을 전제로 제재 문제에 여지를 둘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여지를 두는 경우'의 예로 "때로는 비자 문제"라고 언급했으나 구체적으로는 부연하지 않았다. 이어 “약간의 여지(a little room)를 남겨두고 싶다"고 재차 밝혔다. 폼페이오 장관은 다만 이날 청문회에서도 “(제재) 이행 체제, 즉 핵심적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는 비핵화 검증이 완료될 때까지 유지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발언은 북한의 비핵화 검증 때까지 핵심적인 유엔 제재는 유지하되, 일부 제재 완화를 고리로 북한의 비핵화 조치를 진전시키는 방안을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미국은 북한이 요구하는 단계적 접근 방식을 거부하며 일괄 타결식 빅딜론을 주장해왔으나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추가 대북 제재 철회 트윗을 띄우며 톱다운 외교 재개 여지를 열어뒀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발목을 잡던 러시아 스캔들에서 벗어난 만큼 북핵 등 외교 현안 해결에 주력하겠다는 뜻도 직접 피력했다. 그는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뮬러 특검 보고서 전면 공개 논란과 관련해 “특검 보고서를 읽지 않았다. 특검 보고서를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 완전히 무죄임이 밝혀졌다”면서 “중국, 북한, 베네수엘라, 그리고 세상의 모든 문제를 처리하러 갈 것이다”고 말했다. 북핵 외교를 자신의 치적으로 여기는 트럼프 대통령이 내년 대선 경쟁에 나서기 전에 진전된 성과를 내기 위해 힘을 쏟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폼페이오 장관의 언급은 이 같은 트럼프 대통령의 의사가 반영됐을 가능성이 없지 않다. 폼페이오 장관은 전날 상원 세출위원회 소위 청문회에 출석했을 때 '북한과의 협상을 지속하는 동안에도 최대 경제적 압박은 유지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받고 "그렇다"며 원칙적인 입장을 표명했다가 하루만에 온도차를 보였다.
3차 정상회담 가능성을 열어두며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끌어내려는 미국의 신호에 북한이 응답할 지는 미지수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날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이 핵 실무 협상을 재개할 준비가 돼 있다는 메시지를 보냈지만 북한이 아무런 답장을 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도 이날 노동당 중앙위 전원회의에서 자력 갱생을 수 차례 강조하며 “제재로 우리를 굴복시킬 수 있다고 혈안이 돼 오판하는 적대세력들에 심각한 타격을 줘야 한다”고 밝히며 미국의 요구에 순순히 응하지 않을 태세를 보였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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