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증가 속도 둔화세가 지난달에도 지속됐다. 은행권은 전세자금대출을 중심으로 전월보다 높은 증가폭을 보였지만 제2금융권은 가계대출 잔액 감소 추세가 이어졌다. 그러나 ‘제2의 가계대출’로 불리는 자영업자 대출은 다시 증가 속도를 높이며 ‘풍선효과’ 우려를 낳고 있다.
11일 한국은행과 금융당국에 따르면 지난달 금융권 가계대출은 전월보다 1조원 증가했다. 전월 증가폭(1조3,000억원)보다 3,000억원 적고, 전년동월(+5조원)과 비교하면 5분의 1로 급감했다. 올해 1분기(1~3월) 가계대출 증가 규모도 1조9,000억원으로 전년동기(+13조3,000억원)보다 크게 줄었다.
2금융권 가계대출은 올들어 계속 순감하면서 석 달 간 잔액이 4조6,000억원 줄었다. 지난해 상호금융 및 새마을금고에 대한 주택담보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가계대출 증가세가 크게 꺾인 여파가 지속되는 상황이다.
반면 은행권 가계대출 증가폭은 지난 1월 1조1,000억원까지 쪼그라들었다가 2월(+2조5,000억원)과 3월(+2조9,000억원)을 거치며 확대됐다. 은행 가계대출은 주택담보대출, 그 중에서도 전세자금대출을 중심으로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9·13 대책을 기점으로 주택 매매거래는 대폭 줄었지만, 신규 아파트 입주물량이 올해도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새 집 전세거래가 활발하기 때문이다. 지난달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증가 규모는 2조8,000억원으로 전체 은행 가계대출 증가분의 대부분을 차지했고, 이 중 1조9,000억원이 전세자금대출에서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전세거래는 앞으로도 빈번할 전망이라 은행권 가계대출도 당분간 낮지 않은 증가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은행 개인사업자 대출은 지난달 전월 대비 2조3,000억원 늘었다. 지난해 11월(+2조4,000억원) 이래 4개월 만에 가장 큰 증가폭이다. 한은 관계자는 “은행 입장에선 주택대출 수요가 줄어들면서 기업대출을 늘려야 할 유인이 있다”며 “일부 은행에서 소상공인ㆍ자영업자 지원 프로그램이 활발히 이뤄지면서 자영업자 대출 쪽으로 자원 배분이 집중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계대출에 불리하게 설계된 새 예대율 규제(내년 시행 예정)도 개인사업자 대출 증가의 요인으로 꼽힌다.
이훈성 기자 hs0213@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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