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대전 나눔의 집 청소년과 함께 ‘업사이클링 프로젝트’
SK 행복구장 흙 ‘꿈의 화분’ 돼 수익금 저소득층 어린이에
야구는 소모품이 많은 스포츠다. 한 자루당 15만~25만원 가량 하는 단풍나무 재질의 고급 배트는 살짝 금이라도 가면 사용하지 못하고 버려진다. 경기당 평균 100~110개 정도의 새 야구공이 사용되는데 경기 후 이 공들은 연습용으로 쓰여지다 쓰레기통으로 향한다. 또 그라운드를 전면 새로 깔 때엔 2톤 정도의 기존 흙이 폐기 처리된다.
선수들의 땀과 추억이 담긴 소모품이 허무하게 버려지는 게 아쉽다며 구단들이 나섰다. 프로야구 한화와 SK는 쓸모 없어진 용품에 새 생명을 불어넣고 있다. 한화는 지난해부터 ‘업사이클링 프로젝트’를 시작해 부러진 배트를 볼펜, 샤프 등으로 재탄생 시켰다. 대전 지역 성공회 나눔의 집 청소년들이 직접 선수들의 배트를 필기구로 가공해 제작, 판매했다. 수익금은 전액 청소년들에게 돌려준다.
올해는 업사이클링 프로젝트 ‘시즌 2’로 야구공을 활용한 제품을 내달 중으로 선보일 계획이다. 한화 구단 사회공헌 담당 오창석 과장은 “경기 중 사용했던 공들의 가죽으로 작업한다”며 “열쇠고리와 파우치, 선수들의 사인을 받을 수 있는 액자를 만들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액자는 팬들의 편의를 위해 가급적 구단에서 직접 선수들에게 친필 사인을 받아 판매할 방침이다. 오 과장은 “지난해 네 차례 플리마켓을 열었는데, 팬들이 의미 있게 받아들여 800만원의 수익을 냈다”며 “올해도 업사이클링 프로젝트로 단순히 지원금을 전달하는 게 아니라 청소년들이 자립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SK는 지난 3일부터 인천 SK행복드림구장의 그라운드 흙을 활용한 ‘꿈의 화분’을 판매했다. 이 흙은 2002년 문학야구장(현 구장) 개장 후 올해 처음으로 그라운드 흙 전면 교체 작업을 진행하면서 따로 모아둔 것이다.
SK 구단 마케팅그룹 김재웅 매니저는 “17년간 포스트시즌 11회 진출, 한국시리즈 4회 우승이라는 구단의 영광스러운 역사를 간직한 흙을 팬들과 함께 나누고, 화분을 판매한 수익금으로 인천 지역 저소득층 어린이의 꿈을 위해 사용하겠다는 의미를 담아 ‘꿈의 화분’이라고 명명했다”고 밝혔다.
구단의 사회 공헌 활동에 선수들도 적극 동참했다. 주장 이재원을 비롯해 김광현, 한동민 등 주축 선수 5명이 13일 홈 경기 때 화분을 구매한 팬들에게 사인을 해주기로 했다. 이재원은 “SK 선수들의 흘린 땀과 눈물이 담겨 있는 흙이 소외계층을 돕는 일에 쓰여진다니 뜻 깊다”고 말했다.
김지섭 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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