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 동안 아시아나항공엔 30년이란 시간이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경영정상화를 위해)3년을 더 달라고 하는 게 어떤 의미인지 판단해야 한다.”
11일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전날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채권단에 제출한 자구안을 두고 이렇게 말했다. 사실상 자구안 내용이 미흡하다고 평가한 것이다.
최 위원장은 이날 오전 서울 신한생명 본사에서 열린 핀테크 관련 행사장에서 취재진과 만나 “보도에 따르면 박삼구 회장이 물러나고 아들이 경영하겠다고 하는데 두 분이 뭐가 다른지, 달라진다고 기대할 만한지를 감안해서 (채권단이)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채권단의 지원은 대주주의 재기가 아니라 아시아나항공이라는 기업을 살리기 위한 방안이어야 한다는 뜻이다. 앞서 금호 측은 박삼구 전 회장 일가의 금호고속 지분 전량을 채권단에 담보로 맡기는 조건으로 유동성 위기 해소를 위해 5,000억원을 신규 지원해달라는 내용의 자구계획을 전날 채권단에 제출했다.

채권단 역시 금융당국의 입장에 동조했다. 채권단은 전날 금호 측으로부터 자구안을 전달받은 직후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 주재로 회의를 열고 “사재 출연 또는 유상증자 등 실질적 방안이 없다”며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기에는 미흡하다”고 평가했다. 자구계획에 따라 금호 측이 요청한 5,000억원을 채권단이 지원하더라도 시장 조달의 불확실성으로 채권단의 추가 자금부담이 가중될 우려가 있다는 입장도 밝혔다.
채권단의 부정적 판단에는 박 전 회장 일가의 금호고속 지분 중 태반이 이미 담보로 잡혀 있어 실제 신규 담보분은 부인과 딸의 보유지분 4.8%에 불과한 점, 채권단이 요구해 온 대주주 사재 출연 등의 방안이 담기지 않은 점 등이 감안된 것으로 풀이된다.
장재진 기자 blan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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