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어린이의 평균 신장은 또래 남한 어린이보다 5~10㎝ 작다. 식량난으로 영양 공급이 원활하지 않기 때문이다. 유엔 산하 세계식량계획(WFP)이 최근 북한 어린이 5명 중 1명이 만성 영양실조에 시달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영양 결핍 상태인 북한 주민도 전체의 40%인 1,100만 명이나 된다. 대북 식량 지원은 김정은 독재 정권을 돕는 것이라는 지적에 대해 데이비드 비슬리 WFP 사무총장은 “무고한 어린이들의 고통을 외면해선 안 된다”며 “정치보다 어린이들 목숨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도 9일(현지시간) 비슬리 사무총장을 만나 대북 인도적 영양 지원 문제 등을 논의했다.
□ 남한은 지금 쌀이 남아 도는 상황이다. 1인당 쌀 소비량은 2009년 74㎏에서 2017년 62㎏까지 줄었지만 쌀 생산량은 여전히 400만톤 안팎이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조절하기란 쉽지 않다. 정부는 남아도는 쌀을 전국 4,500개 창고에 보관하는데, 지난해엔 그 양이 200만톤을 웃돌았다. 적정 재고량은 80만톤이다. 더구나 쌀 재고 10만톤을 관리에 드는 비용은 연간 316억원이나 된다.
□ 어쩔 수 없이 정부는 쌀 재고 관리비를 줄이기 위해 오래 묵은 비축미를 10분의 1 가격에 사료용 등으로 처분하고 있다. 지난해 국감에서는 2016년부터 비축미를 사료용으로 판매한 데 따른 손실액이 1조6,352억, 사료용으로 팔기까지 들어간 재고 관리 비용이 2,406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농민들이 땀 흘려 성심껏 생산한 쌀을 헐값에 사료용으로 쓴다는 것은 경제적으로나 도의적으로 마음 편치 않은 일이다.
□ 이런 남북한 상황을 감안하면 남쪽의 남아도는 쌀을 북쪽 어린이들에게 보내는 방안을 적극 추진하는 게 마땅하다. 남쪽은 재고를 줄일 수 있고 북쪽은 보릿고개를 넘을 수 있다. 자존심이 센 북한이 요청하기 전에 우리가 먼저 지원하는 게 모양새도 좋다. 우리로선 쌀 재고 관리비를 줄이는 일이니 퍼주기 비판도 피할 수 있다. 유엔 대북 제재와도 상관없고 남북관계 개선에도 도움이 된다. 자식처럼 키운 쌀이 사료용이 아닌 사람 살리는 데 쓰인다면 농민들로서도 보람있는 일이다. 적어도 미래 ‘통일코리아’에서 남북한 어린이가 키 차이로 어깨동무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은 막아야 하지 않을까.
박일근 논설위원 ikpark@hank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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