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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5060 재취업시장 정비 시급하다

입력
2019.04.12 04:40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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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우리나라 근로자가 일에서 완전히 손을 떼는 나이는 남성 73세, 여성 71세라고 한다. 하지만 주된 직장에서의 퇴직은 54세 전후로 빠른 편이다. 생애 주된 일자리에서 물러난 뒤 완전히 은퇴할 때까지의 회색지대를 ‘점진적 은퇴시기’라고 하는데, 우리나라는 이 기간이 20년 정도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 유독 길다.

베이비부머들이 본격적으로 퇴직하면서 회색지대 재취업시장 규모는 급속도로 확대될 전망이다. 55세에서 74세까지의 인구를 보면 지금부터 10년간 400만명이 증가해 1,600만명에 이른 후 20년 동안 이 숫자가 유지된다. 총인구의 30%에 이를 정도다. 이에 따라 지난 30년간 주택시장 등을 주도했던 베이비부머들이 앞으로 30년간은 ‘점진적 은퇴시장’을 통해 사회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5060세대의 점진적 은퇴시장은 많은 잠재성을 갖고 있어 잘 활용할 필요가 있다. 우선, 이 시장에 속하는 5060세대는 퇴직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생산적인 일을 할 수 있다. 건강하고 교육 수준이 높다. 이뿐만 아니라 가난할 때부터 소득이 3만달러가 될 때까지 고루 경험을 해본 세대다. 옛사람의 표현을 빌리면, 빈천(貧賤)에도 처해보고 부귀도 누려본 세대다.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 볼 수 없는 귀한 인적자원이다.

둘째, 자산이 많은 세대다. 이 세대는 젊을 때 축적한 자산을 가지고 막 퇴직했다. 지금부터 인출해서 노후 지출에 충당해야 하니 앞으로 계속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퇴직 직후가 축적 자산이 가장 많을 때다. 축적된 자산을 잘 활용하면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 만일 3000조원 자산에서 수익률을 연 1%포인트 올리면 30조원이 생긴다. 이 돈은 3000만원 연봉자 100만명에 해당한다.

셋째, 5060 재취업 시장은 주된 일자리시장과 완전한 은퇴의 중간에 있는 미드필드이면서 이행지대(transition zone)로서 역할을 한다. 이행지대가 튼튼하면 무엇보다 고령사회의 어려움을 완화할 수 있다. 퇴직 후 전반기에 자산에서 20년 동안 돈을 인출만 하는 경우에 비해 20년 동안 소득을 올리면서 축적된 노후자산을 훼손하지 않는 게 노년 후반기 생활안정에 크게 기여하기 때문이다.

5060 재취업시장이 가진 잠재성을 충분히 발현시켜 경제성장과 고령화 극복에 도움이 되게 해야 한다. 향후 지속 가능한 경제를 만들기 위해 필수적인 부분이다. 문제는 퇴직 후 재취업시장은 일반적인 취직, 이직 시장과는 다르다는 점이다. 재취업의 단계나 경로도 뚜렷하지 않고 성공적인 재취업을 위한 정형화된 로드맵이 없어 각자도생(各自圖生)에 맡겨져 있다. 5060 재취업 시장에 대한 체계적인 분석이 필요한 이유다.

우선, 5060 재취업 시장의 특징, 패턴, 구조, 이동경로를 구체적으로 파악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5060 퇴직자들은 구직-재직-퇴직의 경로가 어떤 패턴을 보이는지, 이동할 때마다 근로 여건은 어떻게 변하며, 재취업에 성공하는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의 차이가 어떤 지, 동종 취업자리를 찾을지 이종 취업자리로 변신을 도모하는 게 나을지 등이다. 또한 주변 네트워크에 의존하는 재취업 정보 유통에서 인력 중개기관의 비중이 높아지도록 해야 한다. 재취업을 위한 교육도 전문적, 실용적, 체계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지금부터 30년 이상 인구의 30%에 이르는 5060 퇴직자들이 청장년과 노년의 이행시기에 해당하는 회색지대에 머무르게 될 것이다. 회색지대의 현실이 지금은 좋지 않다. 희망의 녹색지대로 바꿀 필요가 있다. 5060 재취업 시장의 효율적인 정비가 고령사회 극복의 열쇠가 된다는 전향적인 관점을 가지고, 이들 노동시장을 체계적으로 정비할 필요가 있다. 향후 고령사회 파고를 막기 위한 투자라고 생각해야 한다.

김경록 미래에셋은퇴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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