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가 막히지만 저런 게 한국이구나 싶다.”
지난 해 12월 해외 연수 중 경북 예천군의회 의원들에게 폭행을 당했던 현지 가이드 A씨의 고통스러운 근황이 알려졌다. 당시 군의원들은 폭력 행사뿐 아니라 여성 접대부를 요구하는 등 물의를 빚어 제명 당했으나 취소 소송을 낸 사실이 알려져 여론이 들끓고 있다. 가해 의원들은 주위의 비판에도 제명이 부당하다며 소송 전을 벌이고 나서 적극적인 자기 ‘권리’ 찾기에 나서고 있지만 피해자인 A씨는 가이드 일마저 끊긴 상태라는 것이다.
11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는 현재 미국에 거주하고 있는 A씨에게 전화 인터뷰를 요청했으나 그가 복잡한 심경을 이유로 사양했다고 밝혔다. 대신 A씨는 문자 메시지로 “사실 저는 그 일이 있은 후로 가이드 일을 받지 못하고 있다”며 자신의 상황을 전했다. 그는 “여기에 오늘 문재인 대통령이 오셨다. 예전 같으면 가이드 업체에서 의전 행사 스태프로 저를 참여시켰는데 이제는 그 일에서도 배제 당하고 있다”고 알렸다.
캐나다 토론토 관광지 부근에 있던 버스 안에서 A씨의 얼굴을 때렸던 박종철 전 예천군의회 부의장과 ‘보도를 불러 달라’며 여성 접대부를 구해 줄 것을 요구했던 권도식 전 의원이 최근 법원에 소송을 낸 것에 대한 심경도 밝혔다. A씨는 “이제 잊힐만하니 숨겼던 발톱을 내놓는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며 “현재까지 사과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전해왔다. 그는 “이제 저 자신도 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법원 등에 따르면 박종철, 권도식 전 의원은 대구지법에 제명 처분 취소 소송 및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당시 연수에 군의원 9명 전원이 참가한 만큼 군의회 전원이 사퇴해야 한다는 지적에도 자체 윤리위를 통해 ‘셀프 징계’로 그쳤다는 비판이 쇄도했지만 그마저도 불복한 것이다. 특히 여성 접대부를 요구했던 권 의원의 경우 주변에 “술집에 술 한번 먹으러 가자고 한 것이 의원직에서 제명될 정도로 큰 잘못이냐”며 억울하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조원일 기자 callme1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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