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국민들이 먹고 살기도 힘든 아프리카 국가에서 전투기 도입은 좀처럼 보기 드물다. 지상군을 줄이고 해ㆍ공군 비중을 키우는 게 세계적 추세이긴 하나, 신형 전투기를 사들일 수 있는 여력을 가진 아프리카 국가는 많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나이지리아가 2017년 12월 미국으로부터 A-29 슈퍼 투카노(Embraer 314ㆍ이하 A-29) 12대를 구매키로 한 것은 그만큼 절박했기 때문이다.

 ◇1년치 무기구입 비용, 전투기 12대 구매에 올인 
나이지리아의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보코하람 병력이 도열해 있다. AP 연합뉴스

면적 92만㎢의 넓은 영토, 아프리카에서 가장 많은 2억 명의 인구. 세계 10위의 석유 매장량(362억 배럴)과 서부 해안까지 갖춘 나라. 나이지리아는 외형적으로 아프리카의 맹주 자격을 갖췄을 뿐만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아프리카 선두 그룹을 유지하고 있다. 2017년 국내총생산(GDP)은 3,758억달러로 아프리카에서 정치ㆍ경제적으로 가장 안정된 나라로 꼽히는 남아프리카공화국까지 넘어서고 있다.

그렇다고 나이지리아가 전투기 몇 대쯤은 언제든 사들일 수 있을 정도의 경제 규모를 갖춘 것은 아니다. 더욱이 아프리카 지역에선 보기 드문 A-29를 12대씩이나 구매한 것은 나이지리아 정부 입장에서도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국방기술품질원의 ‘2018 세계방산시장 연감’에 따르면 2017년 나이지리아 군 전체의 획득비(무기 구입 비용)는 4억8,800만달러다. A-29 12대 구매대금이 5억9,300만달러인 걸 감안하면, 공군전력 현대화에 육ㆍ해ㆍ공군 1년치 무기 도입 비용 대부분이 투입된 것이다.

 ◇보코 하람 격퇴 작전 10년째 허탕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나이지리아에 대한 전투기 판매를 승인하며 “나이지리아 정부의 테러단체와의 싸움을 지지하며 특히 ‘보코 하람(Boko Haram)’ 격퇴를 돕겠다”고 밝혔다. 미국의 나이지리아에 대한 전투기 판매 목적이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인 ‘보코 하람’ 소탕에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나이지리아는 2009년 보코 하람의 첫 봉기 이후 올해로 10년째 소탕작전을 벌이고 있으나 오히려 현재는 동북부 대부분 지역을 내준 상태다. 2000년대 초반 나이지리아 북동부를 주요 근거지로 조직된 보코 하람은 2009년 7월 정부군을 습격하며 처음 국제사회에 이름을 알렸다. 북부 4개 주의 경찰서를 습격, 나이지리아 정부군과 교전을 벌이는 과정에서 700여명의 사상자를 내기도 했다.

보코 하람의 당시 ‘봉기’는 나이지리아 정부로선 충격적인 것이었다. 나이지리아는 하우사족과 플라니족, 이보족, 요루바 족 등 수십개 부족이 36개주로 복잡하게 얽혀 이뤄진 연방국가다. 여타 아프리카 국가들처럼 부족ㆍ인종 간 크고 작은 갈등도 물론 겪었으나 별도의 국가 건설을 목표로 한 조직적 봉기는 보코 하람이 처음이었다. 게다가 보코 하람의 습격은 동북부 지역 엘리트들이 주도한 ‘조직적인 반란’이었다. 이후 급속도로 세를 확장한 보코 하람은 ‘서구식 교육을 금지한다’는 그들의 주장처럼 샤리아(이슬람법)에 기반한 신정국가 건설을 목표로 내세웠다. 해마다 수백 명의 민간인을 학살하며 ‘서아프리카의 탈레반’이라는 악명을 떨쳤다.

유엔은 2009년 이후 보코 하람 공격으로 최소 2만명이 사망하고 170만명이 실향민이 됐다고 파악했다. 특히 2014년 4월 북부 도시 치복에서 기독교 학교 여학생 276명을 납치ㆍ강간하고 군사훈련에 동원했다. 2018년 2월에도 100여명의 여학생들을 납치하는 등 유니세프는 보코하람에 의해 납치된 아동만 최소 1000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나이지리아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보코하람이 공개한 납치 여학생들의 모습. 일부 학생들이 히잡을 입고 아랍어로 기도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물론 나이지리아 정부가 손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매년 보코 하람에 대한 소탕 의지를 밝히며 군대를 투입해 보코 하람 근거지를 습격했다. 지난해 12월 영국 파이낸설타임스(FT)는 나이지리아와 보코 하람 간 전쟁 양상을 심층 분석한 기사에서 나이지리아가 보코하람 소탕에 들인 돈이 지금까지 9억달러(약1조62조원)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정부군은 보코 하람 공격 작전이 승리했다고 대대적으로 선전해왔으나, 그때마다 보코 하람은 민간인들을 공격해 북부 지역에서 여전히 건재함을 과시했다. 2017년 1월엔 나이지리아 공군이 북동부 보르노주(州) 지역의 한 난민촌을 보코 하람 근거지로 오인해 폭탄을 투하, 236명의 민간인이 정부군에 의해 사망하는 참극까지 발생했다.

 ◇A-29기, 게릴라군 소탕 최적합 기종 

지상전을 통한 격퇴가 불가능한 것을 깨닫게 된 나이지리아 정부의 선택은 공중을 통한 토벌이었다. 나이지리아의 A-29 12대 구입도 이런 와중에 이뤄졌다. 특히 A-29의 사양과 특징을 살펴보면, 정부군이 왜 보코 하람 소탕을 위해 A-29기 구매를 택했는지가 드러난다.

A-29 슈퍼 투카노(EMB-314) 전투기 편대가 비행하고 있는 모습. 출처 엠브라에르

브라질 항공기 제작사인 엠브라에르가 개발한 이 전투기의 최대 속도는 557km, 항속 거리 1,568km로 전투기라기 보다 경공격기 수준의 사양을 갖췄다. 또 비교적 작은 체구(길이 11.33m/날개폭 11.14)에 프로펠러기인 덕에 2차 세계대전 당시 공중전을 연상시킨다는 조롱도 받곤 하지만 게릴라군 소탕에 A-29만큼 적합한 공군 전력도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한국국방연구원(KODEF) 군용기 연감에 따르면 A-29는 20mm 기관포와 70mm 로켓 등 재래식 무기 외 AIM-9 사이드 와인더 공대공 미사일 등 공대지ㆍ공대공 공격 기능을 두루 갖췄다. 고성능의 주야간 감시 카메라를 갖췄으며, 내구성과 유지보수가 쉽다는 게 장점이다.

이 기종의 가장 큰 특징은 ‘내장형 기관총’이다. 전투기 무장이 대체로 ‘탑재’ 개념으로 돼 있는데 반해 A-29는 설계와 제작 단계부터 기관총이 양 날개 부분에 설치되어 있다. 애당초 대규모 공습이 아니라, ‘게릴라전 맞춤용’으로 설계된 것이다. 2017년 11월 아프가니스탄 무장 반군세력인 탈레반의 돈줄로 지목됐던 마약제조 시설 공습작전에 투입돼 임무를 성공시키며 테러세력 진압용 전투기로서의 특화된 능력도 확인시켰다. 김대영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연구위원은 “고도의 방공망을 뚫기 위한 능력보다는 반군 세력 소탕 등 공대지 공격 능력에 특화된 전투기”라며 “보코 하람 같은 은둔하고 있는 테러 세력을 진압하기에 가장 적합한 기종”이라고 평가했다.

나이지리아가 진행 중인 주요 무기 체계 역시 이웃 국가의 군사적 위협 보다는 보코 하람 진압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자국 내 발생하는 테러 진압을 위해 2014년부터 우크라이나 등 동유럽 국가로부터 T-72 전차를 수입하는 사업을 추진 하고 있다. 해외 도입만으로는 보코 하람 진압에 드는 지상 장비 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운 데 따라 나이지리아 자체적으로 병력 수송용 장갑차(APC) 등을 생산하고 있다.

이외에도 나이지리아 육군은 특수전 항공대 창설을 준비 중이며, 이에 따라 특수전 헬리콥터 구매 사업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나이지리아 전체 국방예산은 꾸준한 하락세에 있다. 특히 GDP 대비 국방비는 서아프리카 국가중 여전히 최고이긴 하나 수년 째 0.4%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나이지리아 경제 자체가 극심한 인플레이션에 시달리며 국방예산의 실질적 가치는 떨어지고 있는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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