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정치국 회의서 ‘포스트 하노이’ 논의… 북미협상 염두 대미비난은 자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최고인민회의를 이틀 앞두고 노동당 정치국 확대회의를 열어 “당의 새로운 전략적 노선을 철저히 관철하라”고 주문했다. 북미 하노이 정상회담 결렬에도 현재의 대외 정책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는 게 외교가 중론이다.
10일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전날 오후 김 위원장 주재로 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확대회의가 본부청사에서 열렸다. 통신은 “정치국은 조성된 혁명 정세의 요구에 맞게 새로운 투쟁 방향과 방도들을 토의ㆍ결정하기 위해 당 중앙위 제7기 제4차 전원회의를 10일에 소집할 것을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전원회의 안건을 구체적으로 밝히진 않았다.
다만 정치국 회의에서 김 위원장이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들을 심각히 분석했다”는 점에 비춰볼 때, 하노이 회담 결렬 상황을 반영한 대외 전략이 전원회의에서 제시될 것으로 보인다. 당국가 체제인 북한은 형식적 의사결정기구인 최고인민회의에 앞서 당 회의를 열어 주요 사안을 결정한다.
북한이 북미 비핵화 협상에서 이탈할 기미는 이날 보도에서 보이지 않았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통신은 김 위원장이 높은 책임감, 자력갱생의 혁명정신을 통해 “당의 새로운 전략적 노선을 철저히 관철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새로운 전략적 노선’이란 북한이 지난해 비핵화 의지를 밝히며 당 제7기 3차 전원회의에서 채택한 ‘경제건설 총력집중 노선’을 뜻한다.
대미 비난을 하거나 ‘새로운 길’과 같은 언급으로 미국을 자극하지 않은 것도 이러한 분석에 힘을 보탠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대화를 지속하겠단 의지를 밝히고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노선을 밝히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자력갱생’을 강조한 것을 두고 당장 대미 협상을 재개할 의사가 없다는 점을 밝힌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전원회의에서 주요 간부 교체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백태현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전원회의가) 당의 주요 인선을 담당하는 기구이기 때문에 그 결과를 좀 지켜보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날 회의엔 북미 협상 책임자인 김영철 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도 참석했다. 여전히 건재한 역할을 보여주는 것이란 해석도 있지만, 전원회의와 최고인민회의를 거쳐야 인사 향배를 알 수 있다는 신중론도 있다. 김정은 위원장은 “만성적인 형식주의, 요령주의, 주관주의, 보신주의, 패배주의와 당 세도, 관료주의를 비롯한 온갖 부정적 현상들”을 없애라고 주문하며, 부패 척결 의지를 다시 강조하기도 했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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