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MeToo) 운동 이후 지난 1년간 직장 4곳 중 1곳에서 성폭력 피해 고발이나 공식적 문제제기가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한국여성학회장)는 10일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민주노총 주최로 열린 ‘미투 운동과 함께 한 1년, 변화와 전망’ 토론회에서 ‘미투 운동 1년, 일터는 어떻게 달라지고 있나-민주노총 조합원 실태조사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민주노총 조직이 속한 기업 또는 기관 4곳 중 1곳(24%)에서 지난 1년 동안 성폭력 피해 경험에 대한 고발 또는 공식적 문제제기가 진행된 것으로 드러났다. 피해 유형별로는 성희롱(44.8%)이 가장 많고, 성추행이 27.6%, 여러 유형이 섞인 복합적 성폭력이 27.6%이다. 이는 민주노총 간부 409명(가맹조직 총 13개, 380개 사업장)이 응답한 결과다.
미투 운동 이후 직장 내 분위기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변했다는 평가가 많았다. 구체적으로 ‘성적 농담이나 여성 농담이나 여성비하적 언행 감소’(52.0%ㆍ중복응답), ‘경영진이 성폭력 예방에 관심 갖게 됨’(38.7%), ‘성희롱 예방 교육 강화’(36.7%), ‘남성 노동자들이 성폭력 문제에 더 관심을 갖게 됨’(34.2%) 등의 변화가 있었다. ‘전혀 변화가 없었다’는 응답은 7.9%에 불과했다. 다만 기업 규모와 여성 노동자 비율 등에 따라 변화 속도의 격차는 있었다. 신경아 교수는 “공기업과 공무원 조직은 제도 개선 등 변화가 있었던 반면 여성이 주로 낮은 직급에서 저임금으로 일하는 특징이 있는 건설, 식품, 금속산업 등에서는 주목할 만한 변화가 없었다”고 전했다.
회식이나 업무에서 여성을 배제하거나 기피하는 ‘펜스룰’ 현상도 나타났다. 간부 대상 조사와 별도로 진행한 조합원 설문조사(응답자 1,785명) 결과 미투 운동 이후 ‘업무에서 여성과 함께 일하지 않으려는 경우가 늘었다’(44.4%ㆍ중복응답)거나 ‘회식에서 여성을 배제하는 경우가 늘었다’(25.8%), ‘여성에 대한 보이지 않는 차별이 더 늘었다’(19.4%)는 등 항목에 동의했다. 신 교수는 “이는 여성에 대한 구조적 차별 강화로, 정부와 기업, 노조가 남성과 여성이 두려움 없이 협력할 수 있는 일터 문화와 행동양식을 형성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달래 기자 az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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