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국제공항 출국장 면세점 후속 사업자 선정 절차를 놓고 면세점업계가 내홍을 앓고 있다. 핵심은 면세점 최적 위치인 인천공항의 임대 계약 우선권을 기존 사업자에게 줘도 되느냐의 문제다. 최근 국회에서 관련 법안까지 논의되며 업계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10일 면세점업계에 따르면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에서 면세점을 운영 중인 7개 업체 중 신라면세점과 롯데면세점, 신세계면세점(일부)을 포함한 6곳의 사업기간이 2020년 8월 종료된다. 인천공항과 각 면세점 간 임대차계약이 만료되기 때문이다. 면세점 업체들은 인천공항의 면세점 구역을 5년 단위로 임대해 영업하고 있다.
당초 업계는 내년 임대차계약 종료 구역의 후속 사업자를 선정하기 위한 입찰 공고가 올해 말이나 내년 초 나올 것으로 예상했다. 면세점 운영 특허권을 정부로부터 받으려면 인천공항과의 임대차계약이 필요한데, 입찰 공고가 나올 경우 기존 입점 업체와 새로 입점하려는 업체가 경쟁하게 된다.
2018년 관세법 개정으로 면세점들은 특허기간을 5년(대기업) 또는 10년(중소기업) 연장할 수 있게 됐다. 면세점의 사업 연속성과 고용 안정성, 중장기 투자를 보장하겠다는 취지다. 대부분 업체들이 소유한 건물에 있는 시내 면세점은 영업장 임대 여부와 관계 없이 특허권 연장 신청이 가능하다. 그런데 공항과 항만 같은 국가시설에 입점한 면세점은 제때 영업장을 임대하지 못하면 특허 연장을 받아도 의미가 없어진다. 때문에 정부는 올해부터 상가 임대차보호법을 적용해 영업 중인 면세업체가 향후 임대차계약을 갱신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그런데 신라면세점을 비롯한 인천공항 6개 면세점이 영업장 임대 계약을 맺은 시점이 2015년 9월인 게 논쟁거리다. 임대차보호법이 소급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이대로라면 특허권 연장 신청에 앞서 영업장 확보를 위해 다른 업체들과 입찰 경쟁을 벌여야 한다. 이에 추경호 자유한국당 의원은 올해 1월 이전에 특허권을 취득한 공항과 항만의 면세점도 해당 시설의 임대차계약 갱신이 가능하도록 하는 관세법 개정안을 지난달 발의했다. 임대차보호법을 기존 입점 면세점에게도 소급 적용하자는 것이다.
신라면세점 측은 이 법안에 대해 “임대차계약이 갱신되지 않아 특허 연장을 받을 수 없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점은 관세법 개정 당시 부대의견으로 이미 채택됐다”며 “관세법 개정 취지를 살리기 위해 통과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시내 면세점은 개정된 관세법에 따라 특허 연장에 무리가 없는데, 공항 면세점만 임대 여부에 따라 특허 연장이 불가능하게 된다면 법 적용의 일관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신규 입점을 노리는 다른 면세점들 생각은 다르다. 롯데면세점은 “특정 업체에 유리한 방향으로 법을 소급 적용하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롯데면세점은 지난해 7월 인천공항에서 주류와 담배를 제외한 화장품 패션 잡화 매장을 철수했다. 사드(THAADㆍ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에 따른 중국인 관광객 감소로 매출이 급감하면서 임대료 부담을 이기지 못했기 때문이다. 다만 최근 사드 영향이 잦아든 만큼 롯데면세점은 내년 인천공항 면세점 후속 사업자 선정에 참여할 계획이다. 그런데 추 의원 법안이 통과돼 기존 입점 면세점들이 임대차계약과 특허기간을 모두 연장할 경우 후속 사업자로 들어가기 위해선 5년을 더 기다려야 한다.
신라면세점과 함께 인천공항에 입점해 있는 신세계면세점은 추 의원 법안에 대해 긍정적이다. 하지만 업계 후발주자인 현대백화점면세점은 “공개 경쟁을 통한 신규 사업자 진출을 막는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입장이다. 추 의원 법안은 현재 국회에서 논의 중이다.
임소형 기자 precar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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