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등에서도 찾는 ‘봄캐럴’
7년째 봄차트 역주행
“봄바람 휘날리며 흩날리는 벚꽃 잎이~”. 록밴드 버스커버스커의 히트곡 ‘벚꽃엔딩’을 통기타를 치며 감칠맛 나게 부르는 모습이 예사 솜씨가 아니다. 캐나다 온타리오주에 사는 아론 브라운은 ‘벚꽃엔딩’을 한국어로 부르는 모습을 담은 영상을 지난 7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렸다. 외국인이 벚꽃 개화 시기에 맞춰 벚꽃과 관련 깊은 한국 노래를 한국어로 노래해 네티즌은 “신기하다”는 반응이다.
화려한 아이돌 K팝도 아니고 구수한 정서가 특징인 ‘벚꽃엔딩’을 외국인이 즐기다니. 브라운은 10일 한국일보에 “한국에서 본 아름다운 벚꽃 풍경에 대한 향수”로 ‘벚꽃엔딩’ 노래 영상을 올렸다고 했다. 브라운은 대구의 한 학교에서 영어 교사로 일하며 3년여를 한국에서 지냈다. “버스커버스커는 제일 좋아하는 밴드”였다고 한다.
‘벚꽃엔딩’을 찾은 외국인은 브라운 뿐 만이 아니었다. 요즘 SNS엔 일본 신주쿠나 한국의 여의도에서 벚꽃축제를 즐긴 외국인들이 벚꽃 사진과 함께 해시태그로 ‘#벚꽃엔딩’을 단 게시물이 줄줄이 올라왔다. 벚꽃 시즌을 맞아 이젠 외국인들도 2012년 발표곡 ‘벚꽃엔딩’을 소환하고 있는 것이다.
외국인까지 찾는 ‘벚꽃엔딩’은 음원 차트에서 다시 ‘꽃’을 피웠다. ‘벚꽃엔딩’은 이날 음원 사이트 멜론의 주간 차트(1~7일 기준)에서 41위를 차지했다. 7년 전 발표된 옛 노래가 팬덤이 두터운 아이돌 노래 아니면 뚫기 어렵다는 음원 차트 50위 권에 진입하기는 쉽지 않다. ‘국민 봄캐럴’이라 불리며 사랑 받은 노래라서 가능한 ‘차트 역주행’이다.
‘벚꽃엔딩’은 뿌연 미세먼지로 뒤덮인 거리에 눈꽃처럼 핀 벚꽃이 봄기운을 알릴 때면 여지 없이 차트에 등장해 왔다. 죽은 줄 알았는데 죽지 않은 좀비 같다고 ‘벚꽃좀비’라는 별명까지 붙었다. 멜론과 지니 등 6개 음원 사이트의 음원 소비량을 집계하는 가온차트에 따르면 ‘벚꽃엔딩’은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3~4월에 한 번도 빠짐없이 50위권에 올랐다. 50위권 체류 기간은 2013년 10주에서 지난해 3주로 점점 짧아져 ‘벚꽃좀비’의 기운은 약해지는 추세. 하지만 7년째 봄마다 ‘벚꽃엔딩’이 차트 상위권에 오르는 건 노래의 생명력이 급격히 짧아진 디지털 음원 시대에 시사점을 던진다.
‘벚꽃좀비’는 가요계 풍경까지 바꿨다. 대형 가요 기획사 소속이 아닌 신인 가수들은 ‘벚꽃엔딩’처럼 계절 또는 날씨 특수를 노리려 관련 노래 만들기에 열중하고 있다. 20년 넘게 음악을 제작해 온 기획사 대표는 “음원 사이트에 ‘봄에 듣기 좋은 노래’ 등의 카테고리에 들어갈 수 있도록 마케팅 포인트를 잡고 노래를 기획한 적 있다”며 “헤이즈의 ‘비도 오고 그래서’(2016)의 인기로 지난해에 비와 관련한 노래들이 쏟아진 것도 같은 이유”라고 말했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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