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무시간의 15%는 창조적 활동에 쓰라는 3M만의 혁신 문화
한국3M의 생활용품 사업팀에서 마케터로 근무하는 6년차 직원 이구민 대리는 작년 말 자사의 청소용품 브랜드 스카치브라이트가 내놓은 ‘클린컷 테이프클리너’를 보며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이 제품은 기존 제품보다 접착력이 뛰어나고 종이가 아닌 필름 재질이라 테이프를 자를 때 찢어지거나 바닥에 달라붙는 번거로움이 없는 장점을 지녔다. 평소 반려 동물을 키우는 사람들로부터 동물의 털과 먼지를 청소하는 게 가장 고충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던 이 대리는 이를 반려 동물 전용 제품으로 바꿔보면 어떨까 생각을 했다.
그는 자신의 구상을 실행에 옮기기로 하고 직접 개발에 들어갔다. 일단 국내 반려 동물의 특징을 조사했다. 한국 사람들이 많이 키우는 개와 고양이 종류인 말티즈, 시츄, 코리안숏헤어, 페르시안 등이 밝은 색의 털을 가졌다는 점에 착안해 클리너의 필름을 짙은 회색으로 제작했다. 이렇게 하자 옷이나 소파, 침구 바닥 등에 널려 있던 밝은 색의 털이 클리너에 붙어 제거된 것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게 됐다. 빈틈없는 청소가 가능해진 것이다.
한 직원의 작지만 기발한 아이디어는 결국 제품 출시로 이어졌다. 한국3M은 반려 동물 전용 ‘클린컷 테이프클리너’를 판매한다고 10일 밝혔다. 강아지와 고양이용 두 종류의 디자인이라 취향에 따라 선택할 수 있다. 직원의 아이디어가 묻히지 않고 이처럼 결과물로 이어진 건 3M 만의 독특한 문화 덕분이다.
미국 기업인 3M은 직원들의 자유로운 연구 개발을 위해 다양한 규정을 두고 있는데 가장 널리 알려진 게 모든 직원이 근무 시간의 15%는 자신이 생각하는 창조적 활동을 위해 쓰라는 ‘15% 원칙’이다. IT 기업인 구글이 이를 본떠 ‘20% 원칙’을 만들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특히 3M은 자사가 보유한 원천기술을 토대로 새로운 기술을 만들어 내는 데 능하다. 1902년 회사 설립 후 매년 1,000개 이상의 신제품을 출시하고 10만개가 넘는 특허를 보유한 것도 3M만의 혁신 문화 덕분이다. 한국3M 관계자는 “마케터들이 제품 기획부터 개발까지 담당하는 경우를 우리 회사에서는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고 말했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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