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 후 리조트 가동률 50%로 감소하기도…”관광객 찾아야 복구 도움”
“산불로 안타까운 모습도 많지만, 여전히 아름다운 곳도 많아요. ‘이런 상황에 어찌 놀러 가냐’ 하실 텐데 이곳 분들은 관광객 발길이 뚝 끊길까 걱정들 많이 하세요.”
강원 고성군에 살아 ‘고성댁’으로 불리는 배우 하재숙이 9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전한 소식이다. “많이들 놀러 와주시고 끊임 없이 관심 가져 주시는 게 가장 큰 힘이 될 것 같다”는 그의 당부에 사람들은 “여행가는 게 송구한 마음이었는데 많이 가는 게 활기를 되찾는 길인 것 같다”, “여행을 취소했다가 그건 현지 분들을 돕는 게 아니란 소식에 다시 예약했다”며 화답했다. “봉사활동을 하러 가겠다”는 말에 하재숙은 “놀러 오셔도 힘이 된다. 관심 가져주시는 것도 감사하다”고 답하기도 했다.
건조특보가 내렸던 지난 4일 강원 고성ㆍ속초ㆍ인제ㆍ강릉 등을 화마가 덮쳤다. 고성에서 주민 1명이 숨지고 강원 동부지역 임야 약 1,757㏊, 주택 478채가 소실되는 피해를 입었다. 주택이 완전 불에 타 없어져 오갈 곳을 잃은 이재민도 속출했다. 이 상황에서 “강원도에 놀러 가도 될까”, “피해가 심하다는 곳에 꽃놀이 가기가 미안하다”는 반응도 이해할 만하다.
하지만 강원 산불 피해 지역 주민들의 입장은 다르다. “속초시는 연간 1,700만 명이 방문하는 전국 최고의 관광지로 관광산업 비중이 85%에 달한다”는 김철수 속초시장의 말처럼, 강원 지역 주민들에게 관광객의 발걸음은 피해 복구에 큰 도움이 된다고 한다. 여행 계획을 취소하는 것이 주민들을 더욱 힘들게 한다는 얘기다.
“산불 소식이 알려진 직후 주말 예약이 모두 취소됐어요.” 속초에서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는 이승아(30)씨는 10일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이렇게 밝혔다. 그는 “며칠째 손님이 없고 3주 뒤 예약까지 모두 취소된 터라 이번 달 수입은 사실상 기대할 수 없다”고 토로하면서도 “우선은 속초시가 살아나는 게 먼저”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이씨는 산불 피해 복구를 위해 속초에 온 자원봉사자들을 위해 자신의 게스트하우스를 무료 숙소로 제공하고 나섰다.
속초에서 ‘브루펍(맥주 양조장 겸 술집)’을 운영하는 김정현(39)씨도 자선 행사를 준비 중이다. 오는 13일 토요일 매출 전액과 기부금을 속초시와 고성군에 산불 피해 복구를 위해 써달라고 기부할 예정이다. 김씨는 “산불이 목요일부터 금요일, 주말 이렇게 심했다. 이후로 손님 발길이 확 줄었다. 사실 강원 관광지역 대부분이 주말 위주로 장사를 하는데, 저희뿐만 아니라 동네 가게들 매출이 평소 25% 수준으로 뚝 떨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가장 중요한 일은 두말할 필요 없이 복구 사업”이라면서도 “주민들은 많은 관광객이 오길 기다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산불 피해가 일어난 뒤 관광객 수는 급감했다. 한국관광공사 강원지사가 강원도에서 제공받은 통계에 따르면 지난 6일부터 8일 사이 강원 고성·양양·삼척 지역 호텔·리조트 업계의 객실 가동률은 평소보다 크게 줄었다. 주말마다 만실이었던 고성의 한 리조트 객실은 2,500실이 취소되면서 가동률은 50% 수준으로 감소하기도 했다. 서울양양고속도로 인제 내린천휴게소 통행 차량 대수도 지난해 같은 날 대비 1만3,000대가 줄었고, 속초 및 양양지역 진입 차량은 7일 기준으로 전주 대비 30% 줄었다.
강원지사는 조기에 관광업을 회복할 수 있도록 총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안득표 지사장은 “강원 지역은 주로 농업과 관광산업으로 먹고 사는 곳이어서 자연재해 피해 타격이 심하다”며 “어려움에 처한 이웃을 도와준다는 심정으로 ‘봄꽃 여행’은 강원도로 많이들 오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정은 기자 4tmr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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