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을 하지 않고도 소통할 수 있는 센서가 개발 된다면 얼마나 편리할까”, “우리 몸을 구성하는 DNA가 손상 됐을 때 스스로 복구하는 비밀을 알아낸다면 암 치료제 개발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인류의 삶에 도움이 되는 미래 기술이지만 부족한 연구비와 기술 개발 성공을 확신할 수 없어 제대로 연구 조차 해보지 못하고 폐기된 아이디어는 무수히 많다. 그래서 과학자들에게 ‘돈 걱정 하지 말고 하고 싶은 연구 마음껏 해보라‘고 지원하는 사업이 있다. 삼성전자가 1조 5,000억원을 출연해 2013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미래기술육성사업 얘기다.
이 사업은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과 삼성전자의 미래기술육성센터가 진행하고 있다. 삼성은 2013년 8월 육성재단에 5,000억원, 육성센터에 1조원 등 총 1조 5,000억원을 출연해 △과학기술의 근간인 기초과학 △산업패러다임을 주도하는 소재기술 △부가 가치 창출이 큰 정보통신기술(ICT) 창의과제 연구를 집중 지원하고 있다. 지금까지 517개 연구과제에 총 6,667억원이 지원됐다.
올해도 삼성전자는 이 사업을 진행하는데, 상반기 지원 대상으로 선정된 44개 연구과제를 10일 발표했다.
기초과학 분야에서는 이자일 유니스트(UNIST) 교수팀의 ‘DNA 손상 복구 메커니즘‘ 연구 등 총 16개 과제가 선정됐다. 이 교수팀은 바이러스 등 다양한 외부 영향에 의해 손상된 DNA를 복구하는 과정을 연구한다. 이자일 교수는 “손상된 DNA가 복구되는 과정을 실시간으로 기록해 암 예방에 활용한다면, 인류의 난제로 여겨지는 암 치료와 예방에 한 발짝 다가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소재기술 분야에서는 정현석 성균관대 교수팀의 ‘중금속도 걸러주는 수질정화 필터’ 등 사회적 관심이 높은 환경 이슈와 관련된 과제 등 총 11개가 선정됐다. 정 교수팀은 중금속, 유기물 등 다양한 수질 오염원을 한 번에 정화할 수 있는 신개념 필터를 연구한다. 관련 기술 개발에 성공한다면 정수 시설이 부족한 국내 도서지역과 아프리카 등 저개발 국가에 깨끗한 물을 더 쉽게 공급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ICT 분야에서는 유기준 연세대 교수팀의 ‘말을 하지 않고도 소통할 수 있는 센서‘ 연구 등 총 17개 과제가 선정됐다. 유기준 교수팀은 입 주변과 성대의 미세한 근육 움직임을 측정할 수 있는 피부 부착형 센서와 딥러닝 기반의 단어 변환 알고리즘을 개발해 청각ㆍ발화 장애인들의 의사소통을 도울 수 있는 연구를 진행한다.
유 교수는 “삼성 미래기술육성사업 지원으로 기존에 할 수 없었던 혁신적인 형태의 의사소통 방식 기술을 개발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며 “전세계 7,000만 농아인의 의사소통을 가능하게 하는 등 사회 공익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은 지난 9일 이사회를 열고 김성근 서울대 자연과학대학 화학부 교수를 신임 이사장으로 내정했다. 김 내정자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승인 후 정식 임명된다.
김 이사장은 “앞으로도 실패를 두려워 하지 않고 과감히 도전하는 연구를 적극 지원하겠다”며 “연구활동 지원을 통해 국가 기술력 혁신에 기여하고 사회 문제 해결 등에도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민재용 기자 insigh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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