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가계 여윳돈 규모가 3년째 쪼그라들었다. 지난해 주택 구입, 소비 증가, 주식투자 손실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가계의 금융부채 대비 금융자산 비율도 사상 최저로 떨어졌다.
한국은행이 10일 발표한 ‘2018년 중 자금순환(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가계(비영리단체 포함)의 순자금운용 규모는 49조3,000억원으로 집계됐다. 현행 기준으로 통계가 작성된 2009년 이래 최저치였던 2017년(50조9,000억원)보다 1조6,000억원, 2016년(69조9,000억원)에 비해선 20조원 이상 감소했다.
가계 순자금운용은 가계가 예금, 투자 등 금융상품을 통해 굴린 돈(자금운용)에서 금융기관에서 빌린 돈(자금조달)을 뺀 수치다. 흔히 가계의 여유자금으로 해석되는 순자금운용 규모는 2015년(94조2,000억원)을 정점으로 감소세로 돌아서 3년 새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가계 순자금운용 규모가 지속적으로 줄어든 건 먼저 부동산 시장 활황에 따라 가계 여윳돈이 주택 구입에 대거 투입됐기 때문이다. 한은 통계에 따르면 2015년 74조원 수준이던 주거용 건물 공급량은 2016년 90조원을 넘어섰고 17~18년엔 각각 107조원, 108조원대를 기록했다. 민간소비의 꾸준한 증가도 가계 여유자금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 2013~15년엔 전년 대비 3% 수준에 머물던 민간소비 증가율은 2016년 3.6%, 17~18년 각각 4.2%로 뚜렷한 상승세를 보였다.
지난해 가계 여윳돈 위축엔 주식시장 부진이란 특이 요인도 가세했다. 코스피 지수가 연초 대비 18% 넘게 떨어지고 10월엔 2,000선도 무너지는 약세장이 이어지면서 작년 말 가계 주식자산 보유 잔액은 전년 말(748조8,000억원)보다 80조원 가까이 줄어든 671조8,000억원을 기록했다. 더구나 지난해 가계의 연간 주식자산 순매입액(18조7,000억원)이 사상 최대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가계가 잔액 감소분 이상의 주식투자 손실을 봤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이에 따라 지난해 말 가계 금융자산(3,729조원)은 전년 대비 62조원 늘어나는데 그쳤다. 가계의 연간 금융자산 증가액(평균 220조원)이 100조원에도 못 미친 건 관련 통계가 작성된 2008년 이래 처음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가계 금융부채(1,790조원)는 4년째 100조원 넘게 늘어나 가계 금융부채 대비 금융자산 배율(2.08배)은 통계 작성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훈성 기자 hs0213@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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