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담뱃값 인상 전 ‘출하 조작’ 관련
‘던힐’, ‘럭키 스트라이크’ 등의 담배를 생산하는 세계 최대 담배회사 브리티시 아메리칸 토바코(BAT)의 국내법인인 BAT코리아의 전 대표이사 등이 500억원대 세금을 탈루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BAT코리아는 담배가격이 2,500원에서 4,500원으로 오르는 시점을 틈타 전산 자료를 조작해 세금을 덜 낸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중앙지검 조세범죄조사부(부장 최호영)는 10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조세포탈 등 혐의로 BAT코리아 법인, 가이 멜드럼 전 대표이사, 생산물류총괄 전무, 물류담당 이사를 불구속 기소했다.
이들은 2015년 1월1일자로 담배값이 인상돼 담배 한 갑 당 1,082.5원의 세금이 더 붙게 되자, 하루 전인 2014년 12월 31일 담배 2,463만갑이 반출된 것처럼 신고를 했다. 검찰 수사 결과, 이 같은 반출 신고는 허위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담배가 경남 사천시 소재 담배 제조장에서 제조장 밖으로 실제 이동한 사실이 없음에도, 세금을 덜 내기 위해 전산상으로만 출하된 것처럼 조작한 것이다.
결국 2015년 1월 1일 이후 출하됐더라면 세금을 더 냈어야 했는데, 이를 덜 내기 위해 제조장 안에 있던 담배를 이미 출하된 것처럼 신고한 것이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납세의무가 성립하는 기준 시점이 되는 ‘반출행위’는 물건이 현실적으로 제조장 밖으로 이동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따라 BAT코리아는 가격 인상 전을 기준으로 담배 관련 세금으로 신고ㆍ납부했고, 개별소비세 146억원, 담배소비세 248억원, 지방교육세 109억원 등 총 503억원의 조세를 포탈한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국세청은 BAT코리아에 대한 세무조사를 실시하고 탈세 정황을 포착해 검찰에 고발했다. 멜드럼 전 대표이사는 국세청 세무조사 이전 출국해 검찰의 수 차례 소환 통보에도 불응했으나, 검찰은 압수수색과 관련자 조사를 통해 혐의를 확인했다.
최동순 기자 doso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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