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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트럼프 만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얼개부터 재점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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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트럼프 만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얼개부터 재점검한다

입력
2019.04.10 17:30
수정
2019.04.10 22:15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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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워싱턴 24시간’ 경청하고 설득 주력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명운이 걸린 방미 길에 올랐다. 1박 3일 일정으로 이뤄지는 이번 방미는 왕복 비행시간만 28시간이며 문 대통령의 워싱턴 체류 시간은 잠자는 시간을 포함해 24시간에 조금 못 미친다. 북미 대화의 교착 상태가 길어질 경우 안정적으로 관리돼 오던 ‘북핵 리스크’가 다시금 치솟는 최악의 상황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중론이다. 한반도 평화 촉진자 문 대통령이 최고난도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10일 오후 서울공항에서 출국 전 인사하고 있다. 성남=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10일 오후 서울공항에서 출국 전 인사하고 있다. 성남=연합뉴스

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는 이날 오후 5시 서울 성남공항을 출발해 트럼프 대통령과의 7차 한미 정상회담을 위해 워싱턴으로 향했다. 문 대통령이 무리한 일정을 소화하면서까지 강행군에 나선 데는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상당기간 표류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1차 북미 정상회담이 준비되던 지난해 5월에도 1박 4일 일정으로 워싱턴을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북미 정상회담의 성공적 개최에 대한 공감대를 끌어냈다.

문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담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생각을 경청할 것이라는 게 청와대와 여권의 대체적 전망이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두 정상이 함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기본 얼개부터 재점검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정상회담 의제를 구체적으로 조율하지 못한 것도 이 때문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외교 문제에 있어서 문 대통령은 누구보다 현실주의자”라며 “우리 판단만 앞세우기보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생각을 이해하고, 미 정부를 설득하는 데 힘을 쏟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지난 1월 스탠퍼드대 강연에서 ‘동시적ㆍ병행적 기조’를 공개적으로 천명하며 ‘단계적 비핵화’로의 선회를 공식화했던 것과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2월 하노이 회담 당시 북측에 건넨 ‘빅딜 문건’ 상의 ‘일괄타결식 비핵화’ 기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어디에 더 기울어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우리 정부의 최우선 과제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비건식 해법에 기울어 있다면 ‘포괄적 합의, 단계적 이행’을 골자로 한 비핵화 로드맵과 관련한 구체적 논의까지 속도감 있게 진행될 수 있겠지만, 반대의 경우라면 북미 간 교착 상태의 장기화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017년 7월 미 워싱턴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첫 한미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워싱턴=고영권기자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017년 7월 미 워싱턴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첫 한미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워싱턴=고영권기자

한미 양국은 현재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최종 상태(엔드 스테이트) △정상 간의 ‘톱다운’(하향식) 방식 협상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틀 유지에는 큰 이견이 없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개성공단 가동 문제나 금강산관광 재개 등 제재 일부 완화와 관련한 세부 사안이 논의될 가능성은 낮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정부 한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강ㆍ온 두 개의 카드를 모두 북핵 협상의 레버리지로 쓰는 지금의 기조를 유지하려 할 수도 있다”며 “그렇다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다시 대화 테이블로 끌어올 수 있도록, 한미가 어떤 장애물을 제거하고, 또 무엇을 북측에 내놓을 수 있을지 구체적인 협의가 이뤄지지 않겠냐”고 전망했다.

한편 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는 10일(이하 현지시간) 오후 앤드루스 공군기지에 도착해 백악관 영빈관에서 하룻밤을 지낸다. 문 대통령은 이튿날인 11일 오전 영빈관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마이크 펜스 부통령을 차례로 접견한다. 이어 정오부터는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2시간가량 만나며 비핵화 해법을 두고 머리를 맞댄다. 정상회담은 정상 내외가 참석하는 친교를 겸한 단독회담과 핵심 각료 및 참모들이 배석해 이뤄지는 확대회담을 겸한 업무오찬 순서로 진행된다. 문 대통령 내외는 일정을 마치고 11일 오후 공항을 출발해 한국시간으로 12일 밤 늦게 서울공항을 통해 귀국할 예정이다.

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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