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예프의 기적’ 재현을 노리는 백지선호에 러시아 출신 책사가 합류했다.
과거 소비에트 연방(소련) 국가대표와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1990년대를 풍미한 레전드 세르게이 넴치노프(55)가 이달 말 카자흐스탄 누르술탄에서 열리는 2019 국제아이스하키연맹(IHHF) 세계선수권 디비전1 그룹A(2부) 대회를 앞두고 충북 진천선수천에서 합숙 훈련 중인 한국 남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의 객원코치를 맡았다.
2년 전 우크라이나 키예프에서 펼쳐진 이 대회에서 ‘꿈의 무대’인 월드챔피언십(1부) 승격을 이뤄낸 대표팀은 이듬해 세계 높은 벽을 실감하며 다시 2부로 강등됐다. 그리고 올해 헝가리(20위), 슬로베니아(15위), 카자흐스탄(18위), 리투아니아(25위), 벨라루스(14위)와 차례로 맞붙어 월드챔피언십 복귀를 목표로 세웠다. 상위 두 팀이 내년 월드챔피언십에 승격하고, 최하위 팀은 3부로 떨어진다.
백지선(52) 대표팀 감독은 러시아 스타일의 하키를 추구하는 팀을 잇달아 상대해야 하는 상황에서 ‘족집게 과외’를 위해 한달 간 넴치노프 코치를 초빙했다. NHL 현역 시절 같은 팀에서 뛰지는 않았지만 선수 생활을 하며 백 감독과 넴치노프 코치는 친분을 쌓았고, 지도자가 되어서도 인연을 꾸준히 이어왔다. 지난해 평창올림픽과 월드챔피언십에서 한국 대표팀의 경기를 TV로 지켜 본 넴치노프 코치는 올해 세계선수권을 앞두고 백 감독에게 “카자흐스탄과 벨라루스 하키를 잘 안다”며 먼저 손을 내밀었고, 백 감독은 그의 도움을 받기 위해 아예 한국으로 불렀다.
과거 소련 국가대표로 1989년과 1990년 월드챔피언십 우승, 1994년(뉴욕 레인저스)과 2000년(뉴저지 데블스) NHL 스탠리컵 우승, 러시아대륙간하키리그(KHL)의 명문 CSKA 모스크바(2008~11년)에서 감독을 맡았던 넴치노프 코치는 “한국 대표팀이 올림픽과 월드챔피언십에서 힘든 상대를 만났지만 좋은 경기를 했다”며 “지금 와서 보니까 훈련 시스템이나 선수와 코칭스태프 간의 소통이 잘 이뤄져 짧은 시간에 한국 하키가 놀라운 성장을 이뤄낸 것 같다”고 대표팀을 평가했다.
벨라루스와 카자흐스탄이 주로 KHL 선수로 이뤄져 상대 전력을 꿰뚫고 있는 그는 “이번 대회가 어려운 대회는 맞지만 뚜껑을 열기 전까지 모른다”면서 “상대 팀들에 뛰어난 공격수가 많기 때문에 수비를 보완하는데 중점을 둬야 한다. 또 그 동안 봤던 한국 대표팀은 공격 기회는 잘 만들지만 득점으로 연결시키지 못하는 게 보였다. 백 감독을 도와 부족한 부분을 채워 대표팀이 월드챔피언십에 나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넴치노프 코치를 향한 선수들의 신뢰도 강하다. 주장 김상욱은 “코치님이 KHL 경험이 많아 유럽 팀들을 상대할 때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잘 알려줄 수 있다”고 했고, 수문장 맷 달튼은 “코치님의 경험을 무시 못한다”고 말했다. 백 감독 역시 “가치 있는 전술 지식을 가졌다”며 “월드챔피언십과 스탠리컵 우승 경험은 환상적”이라고 설명했다.
대표팀은 10일까지 진천선수촌에서 훈련한 뒤 11일 일본으로 전지훈련을 떠난다.
진천=김지섭 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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