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결정치 종식, 권력분산 지름길”
문희상 국회의장이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고치기 위해 국회에서 국무총리를 복수로 추천하고 추천후보 중에서 대통령이 임명하는 개헌안을 제안했다.
문 의장은 10일 국회에서 열린 대한민국 임시의정원 개원 100주년 기념사에서 “새로운 100년의 대장정을 개헌으로 출발해야겠다”며 “국회가 이뤄내야 할 개혁 입법의 첫 번째도 개헌”이라고 운을 뗐다. 문 의장은 “촛불 민심의 명령을 제도화로 마무리하는 게 국회의 책무”라며 “역사적으로도 모든 혁명적 대사건은 개헌이라는 큰 틀의 제도화, 시스템의 대전환으로 마무리됐다. 4ㆍ19 혁명과 1987년 6월 민주항쟁이 그랬다”고 언급했다.
문 의장은 현재 한국 정치의 제도적 문제점을 지적하며 극단의 정치가 활개칠 우려가 크다고 진단했다. 그는 “현재 우리의 정치 시스템은 전부(全部) 아니면 전무(全無)라는 승자독식 구조”라며 “이기지 못하면 죽는다는 비정치적인 사고, 대결적인 사고가 정치를 지배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문 의장은 “불평등과 양극화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데, 이는 경제적 위기뿐만 아니라 정치적 위기로도 다가올 수 있다”며 “중산층이 감소할수록 극단의 정치가 활개치고 선동가가 등장하기 쉬운 환경이 조성된다”고 우려했다.
문 의장은 국민통합은 외면하고 반목과 갈등을 이용하는 나쁜 정치가 자리잡지 못하게 하려면 패러다임의 대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문 의장은 “제왕적 대통령제로 불리는 현행 권력구조와 표심을 왜곡하는 선거제도를 고치지 않는다면, 선거가 거듭될수록 대결정치의 강도는 더욱 거세지고 그 폐해는 증폭될 것”이라며 “이 시대를 사는 정치인으로서 개헌은 소명이며 책무”라고 말했다.
문 의장은 권력 분산을 위한 개헌안으로 “국회에서 총리를 복수 추천하고 대통령이 임명하는 내용으로, 2020년 총선에서 국민투표에 부쳐, 다음 정권에서 시작하는 일괄타결 방안을 국회에서 논의하자”고 제안했다.여야가 합의해서 총리 후보를 추천하면, 정치적으로 편향되지 않은 합리적 인물을 대통령이 임명할 가능성이 높고, 그렇게 되면 책임총리제가 자연스럽게 정착된다는 설명이다.
개헌안은 지난해 정치권에서 논의됐지만 흐지부지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3월 대통령 4년 중임제를 골자로 한 정부 개헌안을 발의하자, 여야는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극복할 분권형 개헌안 논의를 이어갔으나, 권력구조 개편 등 핵심 쟁점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해 합의에 실패했다.
강철원 기자 strong@hankookilbo.com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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