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이한빛 PD께서 돌아 가신지 3년차가 돼 가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현실은 개선되지 않고 있습니다. 이런 현실 때문에 ‘제 2의 이한빛 PD’ 같은 분들이 발생할 수밖에 없습니다.”
‘아스달 연대기’ 스태프들이 초고강도 연속 노동과 턴키계약 등으로 고통받고 있는 현실을 폭로하고 나섰다.
10일 오전 서울 중구 장교동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는 스튜디오드래곤 제작 tvN 드라마 ‘아스달 연대기’(연출 김원석) 고발 기자회견이 열렸다. 더불어 사는 희망연대 노동조합 방송스태프지부,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주최로 진행된 이날 기자회견은 연속 151시간의 초고강도 해외 촬영, 턴키계약 관행 등을 고발하는 취지로 열렸다.
더불어사는 희망연대 노동조합 조직국장 박세찬의 사회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는 현재 촬영 중인 ‘아스달 연대기’ 스태프들의 증언을 바탕으로 스튜디오드래곤 측이 근로기준법을 위반하고 있음이 폭로됐다.
현재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고용자는 피고용자의 1일 8시간, 1주 평균 40시간의 기본근로시간을 준수하여야 하며 이를 초과하여 근로를 하게 될 경우 근로자 당사자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방송 산업의 경우 근로시간 특례업종에서 제외돼 1주 68시간 이상의 근로를 시킬 수 없다.
하지만 스튜디오드래곤 측은 ‘아스달 연대기’ 스태프들에게 별도의 공지 없이, 또한 스태프들의 의사에 반한 강제 노동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스달 연대기’ 스태프들은 1일 25시간, 브루나이 해외 촬영 당시에는 최장 7일간 151시간 30분간 휴일 없는 연속 근로에 강제 투입되며 기본적 인권을 침해 당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브루나이 촬영지에서는 연출자의 무리한 촬영 강행으로 인해 방송 스태프 1인의 팔이 부러지는 골절상을 입었음에도 이후 계속 촬영을 이어가는 비상식적인 행태도 벌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스태프는 귀국 이후 의료 보험 등의 적절한 보상을 받지 못했으며, 현재 자비로 치료를 마친 상태다.
이날 민주노총 서울본부 수석부본부장 용순옥은 “비판과 분노의 마음으로 한 말씀 올리겠다”며 “드라마 촬영현장은 장시간 노동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생존권과 직결되는 중요한 사안이기 때문에 다양한 캠페인을 통해 장시간 노동환경을 개선하고자 하고 있다. 고(故) 이한빛 PD께서 돌아가신지 햇수로 3년차가 돼 가고 있다. 그런데도 개선되지 않고 있는 현실이 있다. 이런 현실들 때문에 ‘제 2의 이한빛 PD’ 같은 분들이 발생할 수 있는 안전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이 책임은 누구에게 있나. 노동자들의 권리와 생존권을 준수하도록 계약을 체결하도록 하게끔 하지만 이러한 계약을 체결하지 않고 있다”고 살인적인 노동 환경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꼬집은 용 수석부본부장은 “방송사들도 위법행위를 자행하고 있다. 누구보다 모범적인 모습을 보여줘야 할 언론과 방송사들이 앞서서 위법을 저지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고용노동부의 특별근로감독 요청을 통해 작년 근로기준법 보호를 받을 수 있게 된 건 사실이다. 하지만 스튜디오드래곤 또한 약속을 파기하고 노동자들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스태프들의 입장을 생각해보라. 노동자들이 입장이 되어본다면 노조가 요구하는 것이 무리가 아닐 거라는 것을 알 거다. 화려한 방송 뒤에 방송 스태프들의 죽음이 더 이상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좌시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현재 ‘아스달 연대기’ 제작 스태프들은 스튜디오드래곤과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못한 상태며, 연장근로나 야간근로에 대한 수당 역시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이에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스튜디오드래곤 측의 근로기준법과 최저임금법 위반을 조사해 엄벌에 처해야 함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높였다.
희망연대노조 박세찬 조직국장은 본지에 “앞서 스튜디오드래곤과 만남을 통해 이번 사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려 했지만 두 차례 만남 조율에 실패했다. 이번 달 말에 ‘아스달 연대기’ 촬영이 끝나는 상황에서 ‘아스달 연대기’ 측이 제안한 만남 일자는 오는 12일께였다. 그 때 만난다면 시간이 너무 늦어버리기에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현실을 먼저 알리게 됐다”고 덧붙였다.
매 분기 쏟아지는 새로운 드라마들 속 스태프들의 근로 환경은 여전히 제자리걸음 중이다. 화려한 드라마 뒤에 감춰진 “제 2의 이한빛 PD 발생을 막기 위해 기본적인 인권만이라도 지켜달라”는 스태프들의 처절한 외침에도 귀를 기울여 볼 때다.
홍혜민 기자 hh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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