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칭 ‘물뽕(GHB)’으로 불리는 마약을 이용한 성범죄가 일부 클럽뿐만 아니라 일반적인 주점에서도 벌어지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지난해 11월 서울 강남의 유명 클럽 ‘버닝썬’에서 폭행 피해를 당한 후 처음으로 의혹을 제기했던 김상교(28)씨가 한 얘기다. 경찰과 유흥업소 관계자의 유착, 마약과 성폭행, 연예인의 불법 촬영물 공유 등 전방위로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 ‘버닝썬 스캔들’이 시작된 지 5개월이 흐른 지금, 김씨는 “(마약 성폭행이) 대중들의 살에 닿아 있다”고 경고했다.
10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김씨는 버닝썬 폭행사건 의혹 제기 이후 클럽 등지에서 성폭력을 당한 것으로 추정되는 이들로부터 많은 제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클럽 등에서 물뽕을 이용한 성폭행이 만연해 있다는 사실을 “(지난해) 12월에 처음 알았다”고 말했다. 그는 한 약물 성폭행 피해자의 사례를 소개하며 “(피해자가) 본인은 술을 잘 마시는데 클럽에서 외국인이 준 술 몇 잔을 먹고 기억을 잃었다(고 했다)”며 “깨어났을 때는 성폭행을 당하고 있었다는 적나라한 내용을 들었다”고 전했다.
이어 “한국의 클럽에서 마약이 그렇게 공공연하게 사용이 됐는지는 몰랐다”며 “피해자 얘기를 직접 들었을 때 이건 나만 알아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김씨는 제보자의 피해 사실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만난 유흥업소 관계자의 얘기도 전했다. “물뽕을 이용한 성범죄가 이미 2000년대 중반부터 이뤄지고 있었고, 다 아는 사실인데 (이제 와서) 들추는 것이냐”는 말을 듣기도 했다는 것이다.
특히 많은 일반인들로부터 마약 성폭력에 관련된 피해 제보를 많이 받았다는 김씨는 “확증은 아니지만 의심이 된다는 사람들이 있었다”며 “(추정되는 피해 장소로) 그냥 일반적인 술집, 유흥업소, 가라오케 같은 데도 있었다”고 말했다. 김씨는 “(어떤 경우는) 일반 사람들이랑 붙어 있는 (테이블에서) 술에 약을 타서 그냥 일반 대중들에게 준다”고도 전했다. 제보에 따르면 버닝썬의 ‘VIP룸’ 처럼 밀폐된 곳이 아닌 사람들의 이동이 잦은 곳에서도 성폭행을 노린 마약 범죄가 성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씨는 “(이런 업소 등에는) 20대도 많이 가는 걸로 아는데, (마약 범죄가) 일반인들한테 와 있다, 목에 칼이 들어온 것 같은 (상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강조했다.
버닝썬 스캔들을 통해 물뽕 등의 마약이 성범죄 도구로 사용되고 있는 상황이 알려지면서 현재 국회에는 관련 범죄의 처벌을 강화하는 성폭력 처벌법 개정안이 지난 1일 발의되기도 했다. 그러나 여야의 대치 국면이 이어지면서 실질적인 논의로 이어지지는 못하고 있다.
김씨는 본인의 의혹 제기 이후 5개월 동안 사건이 확장되는 과정을 바라본 소회에 대해 “제가 (폭행 사건을) 112에 신고한 사람이잖아요, 그렇게 많은 경찰 조사를 받았던 것이 정말 아쉽다”며 “이 단순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5개월 동안이나 거쳐 여기까지 와 있는 그 자체가 힘이 든다”고 밝혔다.
조원일 기자 callme1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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