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운동가 7인 묘역 조성했으나 이승만ㆍ박정희 정권서 축구장 짓는 등 의미 훼손
서울시, 공원 담장 허물고 연못 개보수해 접근성 높은 일상의 공간 만들 것
백범 김구 선생과 윤봉길ㆍ이봉창 의사 등 독립운동가 7명이 잠든 서울 용산구 효창공원이 2024년 일상 속 애국선열 추모공간으로 새로 탄생한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하루 앞둔 10일 효창공원 백범김구기념관에서 ‘효창독립 100년 공원 구상안’을 발표했다. 그 동안 국가가 방치하고, 용산구가 근린공원(주택가 근처 작은 공원)으로 관리해온 효창공원을 ‘독립운동 기념공원’으로 재조성하는 계획의 밑그림이다. 지난해 국가보훈처가 애국선열의 묘소가 몰려 있는 효창공원을 국가가 관리하는 독립운동 기념공원으로 조성하기로 결정한 데 따른 것이다.
효창공원은 당초 조선 정조의 장자 문효세자의 묘역인 '효창원'이 있던 자리다. 일제는 이곳에 골프장과 유원지를 짓고 묘역을 고양시 서삼릉으로 옮겼다. 해방 이후 김구 선생이 이곳에 윤봉길, 이봉창, 백정기 의사의 묘역을 조성했고, 자신도 1949년 이곳에 안장됐다. 임시정부의 이동녕 주석, 차리석 비서장, 조성환 군무부장도 이곳에 잠들면서 7명의 독립운동가 묘역이 조성됐다. 안중근 의사 유해가 송환되면 안장하기 위한 가묘(假墓)도 있다.
하지만 국가 차원의 예우는 이뤄지지 않았다. 오히려 이곳의 정신을 훼손하려는 시도가 이어졌다. 서해성 서울시 3ㆍ1운동 100주년 기념사업 총감독은 "당시 경찰이 백범 묘역에 참배온 사람들을 조사하고 취조했다는 기록이 남아있다"며 "수많은 참배객의 발걸음이 이어지자 선거에 방해가 된다고 묘역을 서삼릉으로 옮기는 방안이 실제로 논의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1960년에는 제2회 아시안컵 개최를 위해 효창운동장이 들어섰다. 박정희 정권 때는 백범 묘역에서 북쪽 30m 거리에 ‘반공투사 위령탑’을 세웠고, 이후 대한노인회관, ‘육영수 여사 공덕비’ 등 묘역과 무관한 시설들이 만들어졌다. 그렇게 정체성이 애매한 효창공원은 시민들의 외면을 받았다.
시는 이곳의 독립운동가 묘역을 독일의 ‘유대인 학살 추모공원’ 같이 일상 속의 추모공간으로 만들어 재단장할 계획이다. 예컨대 주변 연못을 개보수해 지역주민의 휴식처로 만들고, 효창공원과 주변 지역을 분리하던 담장을 허문다. 효창공원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내년 4월 문을 여는 ‘이봉창의사 기념관’과 같은 해 6월 도보 15분 거리에 조성되는 ‘손기정 체육공원’과도 연계할 예정이다.
문제는 효창운동장이다. 묘역을 가리지 않도록 효창운동장을 철거해야 된다는 의견과 국제 규격의 축구장으로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왔다. 이에 시는 효창운동장은 한국 축구역사의 산실인 만큼 보존하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공원과 어울리는 모습으로 리모델링할 계획이다.
효창운동장을 포함한 공원 전체를 재조성하는 사업은 시 주관으로 보훈처, 문화재청, 용산구가 함께 추진한다. 2021년 착공해 2024년 마무리하는 계획이다. 시는 독립운동단체, 축구협회, 지역주민 등이 참여하는 ‘효창독립 100년포럼’을 만들어 구상안을 구체화한다.
박원순 시장은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의 정신을 담아 향후 100년을 내다보는 서울의 대표적인 독립운동 기념공원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권영은 기자 yo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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