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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미국의 이란 제재와 김정은의 선택

입력
2019.04.11 04:40
수정
2019.04.11 10:17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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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9일 평양에서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확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평양=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9일 평양에서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확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평양=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오늘 김정은 체제 2기의 본격 출범을 알릴 최고인민회의가 개최된다. 어제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노동당 정치국 확대회의를 열고 ‘긴장된 정세’에 대처하기 위해 자력갱생 등을 바탕으로 새 전략노선을 관철하라고 주문했다. 그가 최고인민회의에서 국가최고직에 재추대되면 경제발전에 더 매진해야 하고, 가시적 성과를 내놓아야 하는 압박감도 가중될 것이다. 내년이 2016년 6차 당대회에서 제시한 국가경제발전 5개년의 마지막 해이기 때문에 김 위원장으로서는 북한 주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실적을 보여 줘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그가 직면한 가장 큰 도전 과제는 제재 국면을 돌파하는 것이다. 자체적으로 경제난 극복의 동력을 끌어올리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지만 시간이 갈수록 한계에 봉착할 개연성이 크다. 특히 현 단계에서 김 위원장이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미국의 이란식 대북 제재 가능성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여전히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하지만 북한이 비핵화 협상을 중단하고 강경도발 모드로 전환하면 이란에 대한 사상 최대의 압박 화살은 김정은 정권을 겨냥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추가 제재를 가한다면 북한 경제난이 최고조에 이르면서 김 위원장의 최고지도자로서의 존엄과 위신도 크게 훼손될 여지가 적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은 마치 북한이 보란 듯 이란에 대해 무차별 융탄폭격식의 제재를 가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5월 이란 핵합의(JCPOAㆍ포괄적공동행동계획) 탈퇴를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대이란 제재를 실행했다. 특히 이란의 생명줄이라 할 수 있는 원유 등 에너지 수출을 봉쇄해 이란 경제를 고사하는 데 제재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심지어 지난 8일에는 이란 정부의 사실상 공식기구인 혁명수비대(IRGC)를 외국 테러조직으로 지정했다. 혁명수비대는 직간접적으로 석유와 가스산업을 비롯해 인프라 건설, 통신망 운영, 운송, 농업, 제조업 등 각 산업 분야에 관여하면서 이란 정권을 떠받치고 있는 핵심 국영기업이나 다름없다. 이 군대가 운영하는 회사들이 이란 경제의 20%를 차지하고 있을 정도다. 핵 개발을 다시 추진하면서 비핵화 재협상을 거부하는 이란 정권의 합법성과 정당성마저 부정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가 읽힌다. 미국은 지난해 강력한 제재 복원으로 이란 경제가 큰 타격을 입고 이란 민심이 이반되는 효과를 거둔 것으로 판단하면서 더 강한 압박을 가하고 있는 것이다.

외견상 이란에 대한 이 같은 접근 방식과 목표는 북한에 대한 그것과 유사해 보인다. 고강도 제재가 북한의 핵미사일 모라토리엄과 비핵화 결단을 이끌어 냈다고 믿는 트럼프 행정부는 제재 압박만이 하노이 회담에서 북한 측에 제시한 빅딜을 수용하게 만드는 전략적 수단으로 간주한다. 이란 정부는 자신들의 경제를 고사시키겠다는 미국에 맞서 지난해 ‘국산품 사용의 해’에 이어 올해를 ‘국내 생산 증대의 해’로 선포했다. 자립 경제 구조를 강화하면서 미국의 경제제재를 정면 돌파하는 이른바 ‘저항 경제’를 원칙으로 내세우고 있다. 김정은 정권이 지난 8년간 취해온 국산화 정책, 자강력 제일주의, 자립 경제 기반 강화 정책과 놀라울 정도로 흡사하다. 다만 이란과 다른 차이가 있다면 김정은-트럼프 두 지도자 간 신뢰가 아직은 유지되는 것처럼 보인다는 점이다.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기세를 몰아 북한을 압박하던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추가 제재 철회’ 트윗 이후 지속적으로 대화 메시지를 발신하고 있다. 김 위원장으로서는 뭔가 답을 내놓아야 할 시점이다. 그가 줄기차게 주장해온 단계적 비핵화와 제재 완화라는 상응 조치 방안이 받아들여질 때까지 미국의 대북제재를 견뎌낼 것인지, 아니면 미국이 내세우는 일괄타결식 ‘빅딜’을 수용할 것인가를 결단해야 하는 상황이 점점 가까워지고 있는 것이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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