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과 교섭단체 구성 사실상 무산… 박지원 “손학규가 결단 내려야”
민주평화당내 일부 세력이 내년 4ㆍ15 총선을 1년여 앞두고 정계개편 군불때기에 나서고 있다. 정의당과의 원내교섭단체 구성보다 호남 출신 바른미래당 의원들과의 통합에 관심을 기울이면서다.
평화당은 9일 정의당과의 교섭단체 구성을 결정하기 위해 비공개 간담회를 소집했지만 이견만 재확인했다. 간담회에서 고성이 터져 나오는 등 찬반 여론이 팽팽히 맞서면서다. 장병완 원내대표는 간담회 이후 브리핑에서 “이견이 많아 뜻을 모으지 못했다고 정의당에 전달할 것”이라고 사실상 교섭단체 구성은 무산됐다고 밝혔다.
현재 평화당에서는 정동영 대표와 천정배ㆍ윤영일 의원 등이 정의당과의 교섭단체 구성을 추진하고 있다. 장병완 원내대표와 박지원ㆍ김경진ㆍ최경환 의원 등 최소 5명은 반대 의사를 내비쳤다. 교섭단체를 구성하려면 평화당 의원 전원의 서명이 필요해 한명만 반대해도 구성이 불가능하다. 김경진 의원은 본보 통화에서 “단 한명만 반대해도 교섭단체 구성이 안 되는데 저는 어떤 경우에도 반대할 것”이라며 “정의당과 노선 차이도 있고 당에도 실익이 없다”고 했다.
애초 순탄할 것으로 예상됐던 정의당과의 교섭단체 구성이 어려움을 겪는 데는 정개개편에 대한 기대감이 깔려있다. 내년 총선을 고려하면 정의당과의 교섭단체 구성보다, 호남을 중심으로 뭉치는 게 텃밭 공략에 유리하다는 판단이다. 반대파 의원들은 바른미래당이 분당할 경우 과거 국민의당 출신 바른미래당 의원인 김동철ㆍ박주선ㆍ주승용 의원등과 제3신당을 창당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생각을 가진 의원들은 적극적인 대외활동에 나섰다. 박지원 의원은 이날 한 라디오에 출연해 “손학규 대표가 결단을 내려야 한다”며 “언제까지 한 지붕 두 가족으로, 엉거주춤한 상태로 (갈등을) 봉합해 나갈 수 있겠느냐”고 바른미래당의 틈새를 공략했다. 최경환 의원도 본보 통화에서 “분열된 호남야권을 재통합하기 위해 호남 출신 바른미래당 의원들이 결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변수는 바른미래당의 분당 여부다. 바른미래당은 4ㆍ3국회의원 보궐선거 패배 이후 국민의당 출신과 바른정당 출신 의원들이 충돌하며 내홍에 휩싸였다. 다만 손학규 대표는 “다당제에서 새로운 주축을 이루자는 것이 저와 바른미래당의 목표”라며 분당설을 일축하고 있다. 이에 평화당 일각에서는 “아직 총선까지 1년이나 남았고 바른미래당이 당장 분당할 것도 아닌데 정의당과 눈 앞의 교섭단체 구성을 포기하는 것은 소탐대실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정지용 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류호 기자 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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