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맹점 수수료 인하에 따른 수익률 악화에 반발해 총파업 카드를 꺼내든 카드업계에 정부가 신사업 진출 허용을 비롯한 ‘당근’을 제시했다. 그러나 대출 등 카드사 사업 규모 확장에 필수적인 레버리지 비율 규제 완화나 카드 부가서비스 축소 등 핵심 쟁점에 대해선 금융당국이 소극적인 입장을 보이면서 갈등의 잔불이 남은 상황이다.
9일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정부서울청사에서 8개 카드사 대표와 간담회를 열고 카드사 경쟁력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지난해 영세자영업 지원에 초점을 맞춰 단행된 가맹점 수수료 인하 이후 축소된 카드사의 활로를 모색하고자 금융위, 카드업계, 전문가들이 지난 연말 태스크포스(TF)를 꾸려 4차례 회의를 갖고 마련한 방안들이 논의된 자리였다.
카드사들은 TF를 통해 신사업 진출 허용, 영업규제 개선 등 15개 요구사항을 전달한 바 있다. 마지막 TF 회의가 열린 지난 8일엔 카드노조가 금융위 청사 앞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고 요구사항이 관철되지 않으면 총파업을 불사하겠다고 경고했다.
◇신사업 진출 요구 관철한 카드사
금융위는 이날 간담회 직후 발표한 정책안을 통해 카드사의 신용정보 및 빅데이터 관련 신사업 진출을 대폭 허용하기로 했다. 금융 분야에선 ‘마이데이터사업(본인신용정보관리업)’이 허용됐다. 카드사가 개인 신용정보를 통합 관리하고 소비패턴을 분석한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카드사가 보유한 빅데이터를 활용한 컨설팅 사업도 가능해졌다. 가맹점 정보를 토대로 개인사업자 신용평가 업무도 허용된다. 여신협회 관계자는 “성장성 둔화로 어려움을 겪는 업계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환영했다.
카드사들의 ‘출혈 마케팅’ 경쟁을 유발했던 법인ㆍ대형가맹점 대상 리베이트 제공 관행을 막는 법제화 방안도 마련됐다. 우선 카드사가 법인회원에 결제금액의 0.5%를 초과하는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지 못하도록 여신전문금융업법 시행령을 개정하기로 했다. 그간 카드사들은 법인회원 유치 경쟁을 벌이며 결제금액의 1% 안팎을 현금으로 되돌려주거나 연회비를 면제해주는 관행을 유지해왔고 이는 고스란히 마케팅 비용의 증가로 이어졌다. 마트, 통신사 등 대형가맹점에 대한 카드사의 부당한 보상금 제공도 금지된다. 대형가맹점에 사내복지기금을 출연하거나 여행경비를 지원하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레버리지 완화ㆍ서비스 축소는 성과 없어
금융위는 레버리지 비율 완화 요구에는 현행 상한 기준(자기자본 대비 총자산 6배) 유지를 결정하며 부정적 응답을 내놨다. 카드업계는 대출영업 확대 등을 위해선 자본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며 레버리지 비율 상한을 캐피탈사와 동등한 10배로 올려줄 것을 요구해왔다. 금융위는 대신 총자산을 계산할 때 신사업 및 중금리대출 관련 자산을 제외하는 절충안을 제시했다. 윤창호 금융산업국장은 “비율을 1배수만 완화해도 카드업계 운용자산이 26조원 늘어나는 효과가 있지만, 이는 가계부채 증가 문제와 연관돼 있어 쉽게 늘릴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카드사 비용 증가의 핵심 요인인 부가서비스를 두고도 금융위는 신규 발급 카드에 대해선 서비스를 축소하도록 하겠지만, 기존 카드의 서비스는 소비자 권익 보호 차원에서 당장 줄이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신 서비스 축소를 위한 약관변경 심사를 순차적으로 논의하기로 했다. 현행법은 카드 상품 출시 이후 3년이 지나고 카드사 수익성 유지가 어려울 경우 관련 서비스를 줄일 수 있는데, 카드업계는 보다 유연한 서비스 조정을 허용해줄 것을 요구해왔다. 대형 카드사 관계자는 “조건부 논의라곤 하지만 현실적으로 축소가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며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 대책”이라고 말했다.
카드노조는 총파업 강행에 유보적 입장을 내놨다. 정종우 카드사노조협의회 의장은 “금융위 발표 내용만으로는 노조 요구가 얼마나 수용된 것인지 판단하기 어렵다”며 “내일(10일)로 예정된 금융위 면담 후 회의를 소집해 총파업 여부를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재진 기자 blan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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