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 표절로 징계위원회에 회부된 서울대 국어국문학과 박모(56) 교수에 대해 별개의 표절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징계시효 논란에서 벗어나 있어 중징계 가능성이 높아졌다. 서울대 총장 직속 연구진실성위원회(진실위)는 예비조사위원회를 구성, 본격 조사에 착수했다.
9일 한국일보가 입수한 진실위에 대한 제보에 따르면, 문제가 된 논문은 박 교수가 2016년 10월 학술지 ‘로컬리티 인문학’에 발표한 ‘디아스포라와 로컬리티의 문화적 재현-서영해의 프랑스어 창작을 중심으로’이다. 일제시대 프랑스에서 문화적 독립운동을 벌인 인물 서영해를 다룬 논문이다.
여기서 박 교수는 “’한국인의 삶’이 주인공 박성조를 내세워 열강에 희생이 된 한 문명국의 비극적 역사를 알리고, 침략의 부당함을 고발함으로써 한국근대사의 표면적 흐름을 보여주는 일종의 다큐멘터리적 성격을 지녔다면”이라 썼다. 제보에 따르면 이 부분은 2011년 최모씨가 제출한 고려대 박사학위 논문 가운데 “’어느 한국인 삶의 언저리’는 소설이라기보다 열강들이 작은 나라를 침략하는 실태를 항의하는 고발서적이다. 이 책은 주인공 박성조를 내세워 열강에게 희생이 된 한 문명국의 비극적 역사를 알리는 데 중점을 둔 저서로서, 극동의 정치상황에 대한 다큐멘터리적 성격을 띠고 있다”는 대목과 비슷하다.
또 해당 논문 82쪽에 등장하는 “그러나 불역 ‘춘향전’은 구체적인 대본을 확정하기 힘들 정도로 초역과 의역 중심이어서 엄밀한 의미의 번역이라기보다는 ‘번안’에 가깝다는 평가를 받는다”라는 문장은 2010년 전모 교수가 발표한 ‘프랑스판 춘향전’의 결론부를 압축한 표현이라는 지적이다. 출처, 인용 표시는 없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서울대 교수는 “별다른 출처 표시 없이 다른 연구자의 핵심 개념어나 어휘를 가져다 쓴 행태로, 표절로 의심할 수 있는 사례”라고 말했다.
박 교수의 표절 의혹은 2017년 1월 불거졌다. 당시 20건의 부정행위를 제보받은 진실위는 1년 6개월간 조사를 거친 지난해 9월, 12편의 문헌을 표절로 결론 내렸다. 동시에 표절의 양과 기간을 볼 때 상당히 심각한 수준이라며 교원징계위원회에 중징계를 요청했다.
그럼에도 박 교수에 대한 징계 수위가 낮을 것이란 예상이 많았다. 징계 기준이 따로 없는 서울대는 징계 수위 결정 때 사립학교법을 준용하는데, 사립학교법은 징계 시효를 3년으로 규정해뒀다. 진실위가 표절로 결론지은 논문 12편 가운데 3년 시효에 걸리지 않는 것은 2015년에 작성된 딱 1편뿐이다. 표절은 20건 가운데 12건인데 실제 처벌 대상은 1건뿐이라 가벼운 징계에 그치리라는 비판과 우려가 쏟아졌다.
추가 제보는 최근 학술연구정보서비스(RISS) 데이터 베이스가 업데이트 되면서 새롭게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월 18일 해당 제보를 접수한 진실위는 지난달 28일 예비조사위를 구성했다. 예비조사위 구성 자체가 어느 정도 혐의가 인정된다는 의미다.
박 교수는 현재 직위해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표절 의혹 이후 2017년 6월 사표를 냈으나 서울대가 반려했다. 중징계인 해임 또는 파면 결정을 받으면 연금이 감액되지만, 징계 전 사표가 수리되면 아무런 불이익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 제보까지 표절로 결론 나면, 서울대에서 표절로 중징계를 받는 첫 사례가 될 가능성이 높다. 박 교수 측 법률대리를 맡고 있는 법무법인 호민은 “박 교수는 ‘표절이 아니다’라는 입장이고, 이러한 내용을 진실위에 소명했다”라고 밝혔다.
박진만 기자 bpb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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