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 총인구 감소 예측 근거에 ‘구멍’]
“외국인 순유입 10년 후 반토막” 단순 계산, 사회경제적 변수 간과
“출산율 2021년 이후 반등” 전망도 “취업난 완화 지나친 낙관” 지적
통계청이 지난달 28일 발표한 ‘장래인구특별추계 2017~2067’은 초(超)저출산 시대 인구절벽의 실체를 드러냈다. 사망자가 출생아보다 많아지는 ‘인구 자연감소’가 당초보다 10년 앞당겨진 올해 시작되고, 경제의 허리라 할 생산연령인구(15~64세)는 향후 50년간 2,000만명 급감할 것으로 예측됐다. 이에 따라 장차 국가예산, 국민연금, 건강보험, 교육정책 등도 줄줄이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하지만 이처럼 중요한 장래인구추계 결과를 두고 ‘근거가 허술하다’ ‘반쪽자리 추계’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실제 통계청은 조만간 국내에 유입되는 외국인 수가 급감하고, 출산율이 반등할 거란 전망에 납득할만한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지나치게 단순한 현재의 통계청 추계 방식을 훨씬 정교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외국인 유입 반토막? 근거는?
9일 통계청에 따르면, 취업 결혼 등을 위해 우리나라에 추가 유입되는 외국인수를 의미하는 ‘국제순이동(체류 90일 이상 입국자-출국자)’ 규모는 지난해 8만2,000명에서 2028년 4만명으로 절반 이상 급감할 것으로 전망됐다. 국제순이동은 2030년(3만7,000명) 최저점을 찍은 뒤, 2067년까지 3만명대를 유지할 거란 게 통계청의 장기전망이다.
국제순이동이 중요한 건, 이미 올해부터 인구 자연감소가 시작되는 마당에 이 숫자가 얼마냐에 따라 우리나라 총인구 감소 시점이 좌우되기 때문이다. 통계청은 이런 국제순이동 급감 전망을 바탕으로 총인구 감소시점을 2028년으로 수정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급감 전망의 근거가 석연치 않다. 통계청은 “(출입국 주무부처인) 법무부 추계를 활용했다”고만 설명한다. 지난 2012년 확정된 법무부의 ‘제2차 외국인정책 기본계획(2013~2017년)’에 따른 외국인 순유입 전망치를 기본값으로 삼고, 최근 국제순이동 흐름을 단순 대입해 계산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정작 법무부 관계자는 “2012년 추계 당시 어떤 근거로 급감 추세를 예측했는지는 알 수 없다”고 말한다. 그는 다만 “(외국인력 확대에 대한)국민 감정을 고려해 보수적 추계를 했다고 추정할 뿐”이라고 덧붙였다. 통계청과 법무부 모두 향후 50년간의 외국인 유입 전망을 내놓고도 정작 근거는 설명하지 못하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지나치게 단순한 추계”라고 지적한다. 설동훈 전북대 교수는 “최근 노동 환경을 반영한 2015년 인구센서스(인구 전수조사) 등 실측자료 대신, 2010년 자료에 기반한 법무부 전망을 단순 활용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설 교수는 오히려 “일자리 미스매치, 고령화발 돌봄노동 확대 등으로 외국인은 크게 줄어들 지 않을 것”이라고 반대 전망을 내놓았다. 오정은 한성대 교수 역시 “저부가 제조업 구조조정 등 추세를 감안해도 추계가 너무 과감하다”고 평가했다. 다만 일각에선 “조선족, 결혼이민자 등 유입이 크게 감소할 것”(조영태 서울대 교수)이란 관측도 나오고는 있다.
◇출산율 회복 전망은 너무 장밋빛
출산 전망 역시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든다. 통계청은 작년 0.98명으로 역대 최저인 합계출산율이 2021년 최저점(0.86명)을 찍고 반등해, 2025년부터 1명대를 회복할 것으로 예측한다. △20대 후반(25~29세) 인구가 2021년부터 감소하고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하면 ‘취업난 완화→혼인ㆍ출생 증가’ 흐름이 나타나고 △2021년부터 주 출산연령대인 30대 초반(30~34세) 여성 인구가 늘어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역시 단순한 가정이라는 지적이 높다. 인구가 감소하면 ①상품ㆍ서비스 소비 감소→내수위축→일자리 감소 ②구직 감소 현상이 동시에 나타나는데, ①의 충격이 더 크면 오히려 실업자가 늘어난다. 하지만 통계청은 ②만 고려해 취업난 완화를 낙관한 셈이다.(본보 4월 1일자 10면) 또 갈수록 결혼, 출산을 기피하는 추세를 감안하면 30대 초반 여성 인구 증가가 출산 확대로 이어질 지도 미지수다.
◇단순한 추계의 한계?
전문가들 사이에선 현재의 인구추계가, 사회ㆍ경제적 다양한 변수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반쪽 추계’에 머물고 있다고 지적이 높다.
설동훈 교수는 “인구추계가 인구학적 모형을 기반으로 한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지금 통계청의 추계는 지나치게 단순하다”고 지적했다. 전영수 한양대 교수는 “가령 젊은 층이 지방에서 수도권으로 이사 가면 집값 부담 등 문제로 출산율이 떨어지는데, 이런 사회이동 변수라도 반영할 필요가 있다. 일본도 2015년에 이런 시도를 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저출산ㆍ고령화가 최대 현안인 우리 현실에서 인구추계가 던지는 심리적 파급력 등을 감안하면 좀더 구체적이고 설득력 있는 근거를 갖춘 추계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통계청 관계자는 “재정ㆍ연금 등을 추계할 때는 경기변동 등을 별도로 고려하기에 인구추계에 이를 먼저 반영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세종=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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