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10% 인하 권고에 업체들 “영업 환경 악화로 적자 전환” 반발
“시민을 위한 행정이다.” “회사를 적자로 내몬다.”
서울시가 인천국제공항과 서울 시내를 오가는 공항버스 업체에 현행 요금의 10% 인하를 통보했다. 서울시는 운송원가 분석 등을 통한 적절한 인하라는 주장이지만 업계는 요금을 인하하면 회사가 적자에 빠진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서울시는 공항버스 회사의 면허권을 쥐고 있으며 면허 갱신은 올해 말 까지다.
9일 서울시와 공항버스업계에 따르면 서울시는 지난달 19일 공항버스 4개 업체에 고급형 리무진 성인 현금 기준으로 요금을 1,000~1,500원 내리는 운임 조정안을 권고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공항버스 요금은 현금 기준으로 공항리무진ㆍ한국도심공항ㆍ서울공항리무진 1만5,000원, KAL리무진1만6,000원이다.
서울시 버스정책과 관계자는 이날 “2018년도 운송원가 분석 자료와 임원ㆍ관리직 인건비, 포터(수하물 취급 인력) 인건비, 보험료 등 간접 경비에서 비효율적인 경비 지출을 절감하면 KAL리무진을 제외한 3사는 10% 인하 여력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공항버스 노선은 목적지와 승객이 한정된 한정면허여서 요금을 각 업체가 자율적으로 결정해 서울시에 신고하는 방식이지만 서울시가 면허권 갱신 권한을 가지고 있어 서울시와 협의를 거친다.
이에 대해 업체들은 지난달 27일 권고대로 요금 인하를 받아들이면 적자로 전환돼 수용할 수 없다는 취지의 입장을 서울시에 전달했다. 업계 관계자는 “서울시의 정책 취지는 이해하지만 적자를 보면서 기업을 운영할 수는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업체들은 서울시의 요금 인하 근거의 논리가 빈약하다는데 한 목소리를 낸다.
우선 운송원가분석 용역 보고서에 지난해 하반기 영업ㆍ재무 상황이 포함돼 있지 않다고 주장한다. 업계 관계자는 “관광객 감소 등으로 공항버스 이용객이 정체된 상황에서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 개장, 최저임금 인상, 주52시간 근무제 등으로 신규 버스 구입, 인건비 인상, 인력 충원이 이뤄져 하반기부터 영업 수지가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서울공항리무진의 경우 지난해 1월 제2여객터미널 개장으로 차량 한 대당 이동거리가 하루 120㎞ 증가하자 대당 2억원인 차량 14대를 구입하고, 30명의 기사를 새로 뽑았다. 또한 내년 주52시간 근무제 적용을 앞두고 올해 말까지 16명의 기사를 새로 뽑을 계획이다.
이런 상황에서 요금을 인하하면 올해 실적은 적자가 불 보듯 뻔하다는 게 업체 측 주장이다. 이용객 점유율 55%인 공항리무진은 지난해 29억원 흑자였지만 요금을 10% 인하하면 최대 20억원가량의 적자가 예상된다는 것이다. 서울공항리무진은 지난해 18억원 흑자에서 올해 12억원 적자, 9억원 흑자였던 한국도심공항은 15억원 적자, 지난해 15억원 적자였던 KAL리무진은 영업적자 규모가 최대 5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오히려 서울시 요금 인하의 단초가 됐던 경기도 공항버스 요금은 지난달 1일 최대 13.5% 인상되면서 원래 요금으로 복귀했다. 특히 업계는 2016년 실적 호조로 2017년 1월 교통카드 기준 요금을 1만5,000원에서 1,000원 인하했는데 또 2년 만에 요금을 인하하라는 서울시의 압박에 서운한 속내를 숨기지 않는다.
업계 반발이 거세자 서울시는 공문에서 밝힌 4월 내 요금 인하와 시행 시기 결정에서 한 발 물러나는 모습이다. 서울시 버스정책과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영업 실적이 좋지 않다는 업계 의견이 있고, 친환경 차량 도입과 포터 고용 창출 등 시책에 적극적으로 부응하는 제안이 들어와 요금 인하 여부를 신중하게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배성재 기자 pass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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